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 로비설 수사 일주일만에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열린우리당 후보를 구속한데 이어 지난 주말 체포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광재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 대해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MB정부 핵심인사였던 추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정치권에는 ‘현역의원 70여명 연루설’까지 나도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전날 체포한 추 전 비서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검찰에 따르면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8월 시작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박 회장에게서 현금 2억원 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대통령 측근과 검찰 간부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전날 17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던 이광재 의원을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이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박 회장과 대질심문까지 벌였다.검찰은 일단 23일 새벽 이 의원을 귀가조치했으나 이르면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연차 리스트’수사가 가속화되면서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이다.정치권 일각에선 ‘현역 의원 70명 연루설’‘영남권 여권 중진 로비설’ 등이 실명과 함께 떠돌고 있다.정치권에선 특히 불체포 특권을 갖고 있는 현역 의원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4월 임시국회 개회 전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마치 ‘폭풍전야’같은 분위기다.박 회장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지역에 사업기반을 둔데다 한때 한나라당 재정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허태열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권경석 의원(경남 창원갑) 등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다.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데 여야나 지위고하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각종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4월 임시국회와 재보선을 앞두고 공안정국을 조성,‘야당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그동안 표적수사했던 야당 인사가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자 마치 열번 찍어도 안넘어 가는 지 보자는 식으로 ‘오기 수사’를 벌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야당에 대해 부당한 표적·편파 수사로 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추 전 비서관 사건과 관련,“이미 퇴직한 후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 전 비서관이 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시점이 지난해 6월 청와대를 떠난 이후”라며 “경위야 어찌됐건 현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를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검찰에서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강동균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