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에 큰 감명을 받았다. "(버드 셀릭 미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왜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는 찾아보기 어렵나. "(외국 언론)

한국이 야구 세계 최강을 가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를 10-2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르자 외국의 야구 관계자와 언론들이 한국야구를 칭찬하고 나서는가 하면 한국야구에 대한 궁금증을 폭발시키고 있다.

셀릭 커미셔너는 22일(한국시간) 한국-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 도중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매우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WBC 창설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한국야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뿐 아니다. 현지 언론들은 '결승에 진출할 만큼 한국야구의 기량이 뛰어난데도 왜 한국출신 메이저리거는 찾아보기 힘드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2연패 여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이날 "스타팅 멤버 9명 전원이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베네수엘라의 호화 포진도 실책이 이어지면서 실점하는 악순환을 바꾸지 못했고 타선도 침묵했다"며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2연속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소호 베네수엘라 감독도 이날 경기 후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는지 자질을 묻자 "조만간 많은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것"이라는 답변을 하면서도 "오늘 한국 투수와 타자 모두 깜짝 놀랄 만한 활약을 펼쳤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이번 대회 아시아지역 예선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4강 진출이 목표였다. 외부에서도 3년전 1회 대회 때처럼 한국이 4강에 오를 정도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그런 예상은 점점 빗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지역 예선을 1위로 통과한 한국은 본선에서도 멕시코와 일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안착했다.

그리고 최대 고비였던 이날 준결승전에서 메이저리거가 18명이나 있는 베네수엘라를 일방적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하며 세계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세계 야구계에 알린 것이다.

사실 한국을 우승후보로 점찍은 미국 ESPN의 해설가 제이슨 필립스의 말처럼 한국대표팀은 준결승에 오른 나라 중 '가장 배고픈 팀'이다. '배고픔'은 승리에 대한 갈증이자 현재 우리 선수들의 몸값을 의미한다. '헝그리 정신'은 대표팀을 WBC 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자 세계에 '한국산 저비용 고효율 야구'의 우수성을 알리는 촉매제였다.

태극전사들의 연봉 총액은 미국 일본 베네수엘라 등의 간판선수 1명의 몸값에도 못 미친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을 실력으로 제쳤다는 점은 세계 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도 남았다. 임창용(야쿠르트) 추신수(클리블랜드) 등 해외파 2명을 포함해 WBC 대표팀 28명의 연봉 총액은 76억7000만원으로 일본(1315억원)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의 간판 타자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 · 303억원)의 연봉에는 4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몸값과 성적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하면서 한국 야구의 매서운 맛을 로스앤젤레스에 심었다. 대표팀은 홈런 3방으로 뉴욕 메츠에서 해마다 168억원을 버는 좌투수 올리버 페레스(멕시코)를 녹다운시켰고 이날 대표팀 연봉 총액과 비슷한 금액을 지난해 받은 베네수엘라 선발 투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를 실컷 두드렸다.

대표팀은 이번 WBC에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을 상대로 혼신의 역투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불굴의 투지를 한꺼번에 보여주었다. 24일 열릴 결승전마저 한국이 승리로 이끈다면 세계 야구계는 한국을 '아시아의 강호'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