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지 매주 오바마 이메일 공개.. 측근에 농담.너스레

AIG의 보너스 지급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소재로 오바마가 쓴 이메일에는 그에 대한 농담 섞인 질책과 람 이매뉴얼 대통령실장에 대한 신뢰 등을 엿볼 수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매주 오바마가 쓴 이메일 일부를 백악관으로부터 입수해 지면에 공개하고 있다.

가디언 23일자에 따르면 가이트너가 NBC 투나잇쇼에 출연해 자신에게 보여준 지지에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보낸 이메일에 대한 답장에서 오바마는 "내가 미국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도 당신에게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고 고함을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이트너에게 "리노에게도 말했듯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달리 표현하면 '가이트너 당신은 화낼 줄 모르는 상사를 두고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벌써 오벌 오피스로 불러서 당신의 머리를 책상에 찧고 '이 멍청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나'하고 소리쳤을 거야' 정도가 될 것"이라며 가이트너를 우회적으로 질책했다.

그러나 그런 다음에는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와서 우리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나 같이하자"고 오바마는 덧붙였다.

AIG의 보너스 지급을 사전에 막지 못해 비난 여론에 휩싸인 가이트너 장관에게 '병주고 약준' 셈이다.

오랜 친구인 람 이매뉴얼 대통령실장에게 보낸 답장에도 역시 가이트너를 소재로 삼았다.

오바마는 "나도 미국의 기술혁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팀(가이트너 장관)의 사무실 책상 아래 함정 문을 설치해 당신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를 끓는 물통에 바로 빠트릴 수 있게 하는 그런 장치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이메일에 대한 답장에서도 이란의 핵 문제를 놓고 농담을 이어갔다.

"잠깐, 뭐라고요? 내가 아마디네자드와 하메네이에게 미국 고전 영화 DVD 25개를 선물하기로 하면 그들이 핵 비확산을 약속할 거라고요?"라며 "어머나, 가끔 외교라는 것이 이렇게 생각보다 간단하다니까요.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