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에 대한 근무평정제도는 1994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생겼다. 그 전까지는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이 사실상 인사 잣대의 전부였다.

임용 성적이 좋은 판사가 좋은 보직에서 일하다 고등부장 등으로 발탁되는 체제였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임용 성적이 좋으면 빨리 승진하는 등 인사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개선책으로 근무평정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법관의 근무평정은 A부터 E까지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B평점을 받는다. 법원장에 따라 부장판사들이 작성해 온 근무평정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고 본인의 의견대로 평정을 매기기도 한다.

근무평정에는 윗사람의 의견도 포함된다. 사법행정 처리능력,건강,인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평가다. 법원장은 여기다 사건처리통계 등을 참작해 자신의 평가를 작성한다. 최근 들어서는 사법통계가 정교해져 중요한 잣대로 반영된다고 한다.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 파문으로 법조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법원장의 근무평정이 도마에 올랐다. 인사에 반영될 수 있는 근무평정을 법원장이 함으로써 법원장의 권한 확대와 재판 개입 소지를 불렀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요지다. 인사평정과 사건배당 등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보완책이 시급하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