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사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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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kimkm@kbiz.or.kr>
이달 초순에 이사를 했다. 그동안 살던 곳은 잠실 종합운동장 근처 아파트였는데 단지 내에 넉넉한 공간과 상쾌한 공기,작지만 잘 꾸며진 공원이 있어 새벽이나 밤에 산책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져 애착이 가는 동네였다. 사정이 생겨 이사를 하게 됐는데,새 집은 아직 낯설고 내 집 같은 기분이 안 든다. 시간이 좀 지나야 정도 들고 안식처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이사를 하다 보니 문득 젊은 시절 사글세방으로 이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 전 조그마한 시계회사에서 영업 총괄업무를 맡았는데,영업도 꽤 잘했고 시계에 이온 도금을 접목시키는 새 기술을 개발해 회사도 많이 성장시켰다.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3층 양옥집에서 살게 됐다. 그러나 1987년 어느 날,가까운 친척의 보증을 선 것이 화근이 되어 집을 빚쟁이에게 넘겨 주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다.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조그마한 사글세방으로 이사를 하려니 억장이 무너졌다. 그때 어린 자식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이삿짐을 꾸리는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행히 평소 나를 눈여겨 본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1988년 지금의 회사 '로만손'을 설립하고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정신없이 일하고,세계 수출시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회사가 부쩍 성장했다. 덕분에 사글세방을 떠나 전세로,좀 더 편안한 집으로 몇 번 이사하면서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제가 힘들다 보니 요즘 원치 않는 이사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유가 생겨서 더 크고 넉넉한 집으로 이사하는 분들이야 축하받을 일이지만,지금 이사하는 분들의 상당수는 경제난으로 집을 팔고 환경이 안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분들일 게다. 정들었던 집을 은행에 넘기거나 헐값에 팔고 조그만 집으로 이사하는 가장의 마음이야 오죽하랴.배우자에게 미안하고,무엇보다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그 마음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나도 힘들게 마련한 집을 팔고 직장마저 그만둔 후 상실감에 빠져 가족들을 두고 집을 나갔었다. 1주일 만에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으로 모질게 마음 먹고 돌아와 새롭게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는 속담이 있다. 살던 집 팔고 원치 않는 이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지금이 한겨울일 것이다. 그리고 추위가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한,내 가족을 다시 넓은 집에서 살게 해 주겠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있다면 봄은 분명히 찾아온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이사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그분들이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털고 일어나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지금보다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오랜만에 이사를 하다 보니 문득 젊은 시절 사글세방으로 이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기 전 조그마한 시계회사에서 영업 총괄업무를 맡았는데,영업도 꽤 잘했고 시계에 이온 도금을 접목시키는 새 기술을 개발해 회사도 많이 성장시켰다. 덕분에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3층 양옥집에서 살게 됐다. 그러나 1987년 어느 날,가까운 친척의 보증을 선 것이 화근이 되어 집을 빚쟁이에게 넘겨 주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다. 아내와 자식들을 데리고 조그마한 사글세방으로 이사를 하려니 억장이 무너졌다. 그때 어린 자식들은 초라한 모습으로 이삿짐을 꾸리는 아빠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행히 평소 나를 눈여겨 본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1988년 지금의 회사 '로만손'을 설립하고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정신없이 일하고,세계 수출시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회사가 부쩍 성장했다. 덕분에 사글세방을 떠나 전세로,좀 더 편안한 집으로 몇 번 이사하면서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제가 힘들다 보니 요즘 원치 않는 이사를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유가 생겨서 더 크고 넉넉한 집으로 이사하는 분들이야 축하받을 일이지만,지금 이사하는 분들의 상당수는 경제난으로 집을 팔고 환경이 안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분들일 게다. 정들었던 집을 은행에 넘기거나 헐값에 팔고 조그만 집으로 이사하는 가장의 마음이야 오죽하랴.배우자에게 미안하고,무엇보다 자식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그 마음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나도 힘들게 마련한 집을 팔고 직장마저 그만둔 후 상실감에 빠져 가족들을 두고 집을 나갔었다. 1주일 만에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생각으로 모질게 마음 먹고 돌아와 새롭게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는 속담이 있다. 살던 집 팔고 원치 않는 이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지금이 한겨울일 것이다. 그리고 추위가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한,내 가족을 다시 넓은 집에서 살게 해 주겠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있다면 봄은 분명히 찾아온다.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이사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그분들이 주어진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털고 일어나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지금보다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