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할 예정인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처리 세부방안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민간자본과 손을 잡고 각각 5000억달러씩 총 1조달러 규모의 민관펀드(PPIF, Public-Private Investment Fund)를 조성해 부실자산 매입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매각함으로써 대차대조표를 깨끗히 정리하고, 자산건전성을 확보, 개인 및 법인에 대한 대출을 늘려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PIFF에 참가하는 민간투자자들은 연방준비은행(FRB)이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자금을 대출받아 부실자산을 매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민간자본들은 '경우의 수'를 부지런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지는 "비록 현재 부실자산들의 가치가 당초 가치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민간투자자들은 미래 가치에 기대를 두고 이를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가능한 몇가지 시나리오를 점검해봤다.

◆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PIFF가 현재 시장가치보다 높게 은행들의 부실자산을 인수한 뒤 인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처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들은 대차대조표에서 부실자산들을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각한 자산을 수익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주주 및 채권단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서 대출받은 자금 상환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PIFF가 인수한 부실자산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입증한다면 민간투자자들과 미국 정부는 물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민간투자자에게 PIFF 투자금을 대출해준 FRB와 FDIC도 수익금에서 대출금을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만약 부실자산이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 먼저 인수하려고 나섰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 비싸게 샀지만, 싸게 판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PIFF가 시장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실자산을 매입했지만, 자산의 가치가 휴지조각으로 끝나는 것이다.

은행들은 PIFF가 대신 폭탄제거를 해준 셈이니 손해볼 것이 없다.

하지만 민간투자자들과 미국 정부는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민간투자자들에 자금지원을 해준 FRB와 FDIC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PIFF가 은행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형편없이 적은 금액으로 부실자산을 인수했는데, 자산의 가치가 크게 늘어나는 경우도 생각해볼 일이다.

은행들은 현재 처분 손실과 부실자산의 향후 불확실성 사이에서 주판을 튀기며 고민해볼 것이다.

은행들은 신선한 자금을 수혈받게 되며, 부실자산 정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생존 가능성이 사라져 파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이것은 오바마 정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은행들의 손실은 큰 반면 민간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본다면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불려주려 쓸데없는 노력을 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나치게 큰 수익을 낸 민간투자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근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의회가 투자수익에 대해 중과세를 부과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

◆ 거래 실패

또는 은행들이 PIFF가 제안한 부실자산 인수 금액에 동의하지 않고 매각을 거절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의 계획은 실패하는 셈이고, 재무부와 백악관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며, 은행들 역시 부실자산이라는 폭탄을 계속 떠안고 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