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가전제품 양판점 요도바시카메라 3층.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액자 코너엔 소니 후지필름 코닥 LG전자 등 각국 13개 전자업체 제품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뭘까.
답은 한국의 LG전자 제품이다. 다카하시 기이치 점포 매니저는 "요즘 팔려나가는 전자액자의 40~50%는 LG 제품"이라고 말했다.
LG의 전자액자가 인기를 모으는 것은 기능이 뛰어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보여주는 기능을 갖춘 LG 전자액자 가격은 1만9800엔(약 29만7000원).동영상 기능이 없는 소니 제품이 1만9300엔인 것에 비하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
일본의 가전시장은 한국 기업들엔 철옹성이었다. 한때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냉장기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 시장을 공략했지만 한뼘의 시장도 차지하지 못하고 2006년 모두 철수했다. 일본 경쟁 제품의 품질이 워낙 뛰어난 데다 유통구조도 외국 기업엔 난공불락이었던 탓이다. 그런데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을 것 같던 일본의 가전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LG전자의 일반 세탁기는 요도바시카메라에서만 지난 1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의 세 배가 넘었다. 기능은 일본의 파나소닉 도시바 히타치 제품과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20~30% 싼 게 결정적 요인이다.
"불황으로 일본 소비자들도 주머니가 가벼워져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비슷한 기능에 가격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LG 세탁기가 최근 부쩍 잘 팔린다. "(요도바시카메라 관계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도 일본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다. 현재 삼성은 소프트뱅크,LG는 NTT도코모 등 이동통신 사업자에 휴대폰을 공급한다. 물론 소프트뱅크와 NTT도코모는 한국 기업 외에도 파나소닉 샤프 NEC 후지쓰 등 내로라 하는 일본 기업들로부터도 휴대폰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엔고-원저로 인해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삼성 LG에 대한 주문이 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일본 휴대폰 수출 목표를 작년의 두 배인 100만대로 늘려 잡았다.
이규홍 LG재팬 사장은 "중 · 장기적으론 일본에서 한국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해야 한다"며 "가전제품은 일본에서만 생존하면 다른 나라 시장 공략이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