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폴슨앤드코 창립자인 존 폴슨(53)은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를 미리 예측하고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2007년 37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펀드매니저가 벌어들인 수익으로는 월가 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폴슨이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은 뭘까.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금이다. 폴슨앤드코는 지난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업회사 '앵글로골드 아샨티' 지분 11.3%를 12억8000만달러(주당 32달러)에 사들였다. 폴슨앤드코는 캐나다 금광개발회사인 킨로스 골드 지분 4.1%도 갖고 있다. 이로써 이 회사는 지분 보유액을 기준으로 금 투자에서 헤지펀드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확대하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안전자산인 금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같은 이유로 '골드 러시'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위험을 사전 경고하며 공매도 전략을 취해 화제가 됐던 데이비드 에인혼이 설립한 그린라이트 캐피털을 비롯해 이튼 파크,TPG-액손 등 헤지펀드들이 금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폴슨의 베팅은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다. 폴슨이 앵글로골드 아샨티 지분 매입을 발표한 하루 뒤인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에 돈을 풀어 장기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켜 달러 가치를 약세로 돌려놓고 금값을 밀어올렸다.

국제 금값은 이날 하루 새 6.4%나 뛰어오르며 온스당 926달러에 거래됐다. 이후에도 금값은 상승세를 보이며 20일 현재 온스당 956.20달러로 1000달러 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