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반등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환율 안정과 민간 배드뱅크 출범, 주요 은행의 자본 확충 등 각종 호재가 잇따르면서 은행주들이 코스피지수 1200선 안착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공공투자공사를 통해 은행 부실 자산을 최대 1조달러까지 매입할 것이란 소식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있다.

◆금융위기 해결 기대감 커져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 관련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는 5.07%나 올랐다.

하나금융이 7.40% 급등한 것을 비롯 KB금융(5.02%) 신한지주(4.78%) 우리금융(4.18%) 등 주요 은행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장중 코스피지수 1200선 탈환을 주도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기관 순매수 상위 1위와 5위에 올랐다. 원 · 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떨어지자 기관들도 대거 은행주 매수에 나섰다.

은행 지수는 최근 2주 사이에 27%나 오르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반등의 원인으로는 조선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의 대출자산 부실 가능성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유동성 위기 등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는 점이 꼽힌다. 유상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은행의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40조원 수준의 기업구조조정기금 등 연이은 지원책으로 은행의 장부가치 훼손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도 "은행의 자본 확충 움직임과 부실 자산 분리작업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은행의 자산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융위기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의견 상향 조정

일부 증권사들은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LIG투자증권은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올렸다. 자산 부실 우려가 줄어든 것에 비해 주가는 낮은 상황이어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8배인 데 비해 은행업종은 0.55배에 불과하다. 증권(1.09배) 보험(1.80배) 등 다른 금융주에 비해서도 아직 저평가된 상태다. 유 연구원은 "올 들어 PBR 0.4~0.6배 사이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해 온 은행주는 PBR 1배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LIG투자증권은 자본 확충에 성공한 신한지주,환율 안정화로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하나금융,외화유동성 위험이 적은 KB금융을 은행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한화증권도 은행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2년여 동안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은행주를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며 "은행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는 걸림돌

은행주가 본격적인 반등랠리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란 신중론도 여전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지난 2월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67%로 1월에 비해 0.3%포인트 올랐고 2월 실업률이 3.9%까지 상승해 가계대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간 주가 급등으로 가격 매력이 떨어져 보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순이자마진 하락과 대손비용 증가로 주요 은행의 상반기 실적도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잔액 기준으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 평균은 올 1월 2.40%포인트로 지난해 11월(2.89%포인트)과 12월(2.70%포인트)에 이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는 순이자마진이 상반기 중 0.3~0.4%포인트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월 2.4%로 작년 말(1.7%)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기업분석실장은 "실물경기의 본격적인 악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전환을 확인하는 것도 2분기나 3분기에 가능할 전망"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은행주는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실장은 "다만 중장기 투자자라면 PBR 0.5배 이하에서 꾸준히 저가 매입하는 전략은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