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상하이 총영사(49)의 이메일 아이디는 'jjkpresident'이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을 관장하는 총영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19일 상하이에서 만난 김 총영사는 직설화법으로 한 · 중 관계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 · 미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한 · 중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정치,경제적인 중요성을 감안하면 "외교라인에 더 많은 중국통이 등용돼야 국익에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평소 생각을 요로를 통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총영사는 'CEO(최고경영자)형 총영사'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부임한 뒤 교도소 면담실과 비슷한 구조였던 총영사관 내 교민 민원실을 개방형으로 바꿨다. 부족한 공관 예산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었던 한국 기업인 격려 모임도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최할 예정이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는 한 호텔의 외국인 지배인이 한국 기업인들을 위한 칵테일 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했다"며 "예산이 적다고 탓할 시간에 방법을 찾으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총영사는 20여년 전 대학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영어교재 '거로 Vocabulary Workshop'의 저자이기도 하다. 1988년 나온 이 책은 2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3년 한민족청년회의 의장과 2005년 중국 베이징대 동방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친분을 쌓아온 중국인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 책의 중국어판 두 권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김 총영사는 1977년 집안 사정으로 마산 중앙고를 자퇴하고 상경,대입 학원 보조로 일하면서 영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능력을 인정받아 고등학생 나이에 재수생을 가르치는 강사가 됐고,그 당시 정리했던 영어단어들을 모아 책을 냈다. 받은 인세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마아퀘트대 로스쿨에서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의 국제위원장을 맡은 뒤 상하이 총영사에 부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