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미국의 초고층 건물 건설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시카고 스파이어가 지난 1월 공사중단 상태에 빠졌고, 9·11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재건계획도 표류하고 있는 것.

오는 2012년 완공 예정이었던 길이 610m, 150층짜리 초고층 건물 '시카고 스파이어'의 공사는 지난 1월 중단된 이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하다가 만 공사현장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던 초고층 건물 '시카고 스파이어'가 23m 깊이의 굴만 파놓은 채 지난 1월부터 삽질을 멈췄다.

이 건물이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전세계 마천루 중 6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된다.

콘도미니엄 형태로 지어지는 이 건물에는 1194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33%가 75만~4000만 달러에 이미 매매됐으며, 장난감 회사인 '비니 베이비 토이스'의 창립자 타이 워너가 이중 가장 고가인 펜트하우스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공사는 중단된 채 재개될 기약은 요원한 상황이다. 시카고 스파이어 부근에 살고 있는 수백만의 거주자들은 짓다 만 이 건물이 시카고를 더 황폐하게 보이게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뉴욕에서도 세계무역센터(WTC) 재건을 맡은 민간 개발업자의 자금난으로 인해 '그라운드 제로' 개발계획이 또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건물은 입주협상을 진행하던 메릴린치가 금융위기로 파산하면서 건설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2011~2013년 개장 예정이었던 세계무역센터는 2010년대 후반에도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편 독일 조사업체 엠포리즈 유한회사에 따르면 전세계 초고층 건물 건축계획 1324건 중 142건(11%)이 현재 건설 중단 상태다. 미국에서도 301건 중 29건이 작업을 중단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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