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세계 야구 팬들에게 한국 야구의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5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야구 종주국 미국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중남미의 야구 강국 사이에서도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더구나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등 간판 선수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들과 기업에 큰 감동을 줬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내고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한 한국 야구의 '성공 방정식'은 무엇일까.

◆1루

야구에서 득점은 1루 진출에서 시작된다. 한국 대표팀은 간판 선수들이 출전을 고사하면서 초반에 경기를 풀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회사로 치면 운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완성도 100%의 선수들 대신 지명도가 낮은 선수들을 다듬어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이들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향후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성장했다.

◆2루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 진출을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 누군가 앞서 나가면서 분위기를 잡아야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추신수는 준결승 베네수엘라전 1회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 지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홈런을 날려 한국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따라서 선수 또는 인력을 선택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일단 선택했다면 끝까지 믿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3루

야구에서는 베이스 하나만 남겨 둔 3루에 진출하고도 득점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자기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관리자의 성향이나 관행 때문에 결정적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난 7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14―2 콜드패를 당했을 때 김인식 감독과 선수들이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했다면 이후의 경기를 망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본과의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연파했다. 자기 관리는 관리자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이 악화돼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야구에서나 경영에서 이런 상황은 수도 없이 되풀이된다.

◆홈

야구에서 감독이 변화를 외면하고 지금까지 승리를 가져다 준 방식만을 반복하면 매번 '잔루'를 남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 WBC에서는 패자부활전 같은 복잡한 대진 방식，투구수 제한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결승전까지 일본과 다섯 차례나 경기를 치르고 선발 투수는 1라운드에서 70개,2라운드부터 85개의 투구 수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반 야구 규칙과 다른 점이 많았다. 이런 변화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한국은 준우승까지 따 냈다. 경영의 다이아몬드에서 '득점 찬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성공을 이끌었던 방식에 연연하지 말고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메이저리그 경영학》(황희창 옮김,부키)의 저자 제프 앵거스는 "야구에 4개 베이스가 있는 것처럼 경영에도 4개 베이스가 있다"면서 "회사에서 관리에 성공하는 것과 야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