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면 EU 국가에서 수입되는 자동차,명품 잡화 및 의류,화장품,와인 등의 소비자 판매가격도 내려가게 된다. 이들 제품은 관세율만큼의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격 인하는 현재 8%의 관세가 매겨지는 EU산 고급 승용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EU가 1500cc 이상 중대형 승용차 관세를 3년 내에 모두 없애기로 함에 따라 1억7580만원대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BMW 750Li 모델은 140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도 현재 1억2990만~2억5990만원 사이에 판매되지만 관세가 철폐되면 1억1950만~2억3910만원으로 최대 2079만원까지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 명품 및 잡화 중에서는 협정 발효 즉시 8~13%의 관세가 없어지는 의류의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또 가방(8%) 구두(13%) 등 잡화와 색조화장품(8%) 관세도 3년 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 가방인 '스피디40'(판매가 103만원)은 8만원 정도,페라가모의 여성용 구두 '바라'(52만원)는 6만원7000원가량 가격이 각각 인하될 전망이다.

15%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EU산 와인도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현재 소비자가격이 270만원인 '샤토 무통 로쉴드 2005'는 229만원 선에,18만원짜리 '샤토 탈보 2005'는 15만3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국내 최대 와인유통업체인 와인나라의 이철형 대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와인 수입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대부분 명품 업체가 환율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 환율 수준이 계속된다면 사라진 관세만큼 마진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안상미/최진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