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이 모처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월가는 이날 가이트너 장관이 발표한 부실자산 매입 계획이 민간 참여를 유도해 은행의 부실 자산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그만큼 민간에 상당한 혜택을준 것인데요.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여신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심사를 통해 경매 방식으로 매각됩니다.

당연히 부실여신은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되는데요.이 민간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과 같은 금액을 매칭 방식으로 정부로부터 출연받습니다.FDIC는 민관투자펀드(PPIF)가 더 많은 부실 여신을 매입할 수 있도록 최대 펀드 자본금의 6배까지 보증을 제공하게 됩니다.그 보증을 바탕으로 민관합동펀드는 채권을 발행해 더 많은 부실여신 매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한마디로 정부가 자본도 일부 대주고 파이낸싱도 지원하는 형식입니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 모기지증권 역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한 펀드가 사들이게 됩니다.주로 2005,2006,2007년에 발행된 모기지 증권들인데요.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간자산 담보부 대출창구(TALF) 규모를 확대해 모기지증권(MBS)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게 됩니다.민관투자펀드도 이를 통해 더 많은 모기지증권을 매입하게 될 것입니다.재무부는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기금(TARF) 가운데 750억달러~1000억달러를 투입해 최대 1조 달러 어치의 부실 자산을 매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투자리스크를 지면서 민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데 있습니다.정부가 직접 부실 자산을 매입할 경우 납세자 돈으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부실 자산을 매입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시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에 맡겨두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가이트너 재무부장관이 최상의 방안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하지만 적극적인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민관투자펀드 운용사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정부가 민관펀드 운용사에겐 부실 금융사에 적용하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연봉 한도를 두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때문에 부실 자산에 대한 가격 형성이 원활히 이뤄지면 은행들이 5월부터 부실 자산을 본격적으로 털어내고 대출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FRB·재무부 공조에 투자자들 자신감 회복

지난 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재무부가 부실자산매입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찾은 듯 합니다.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이르면 연내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란 기대가 확산됐습니다.통상 위험자산인 주가가 급등하면 금리는 상승해 채권가격은 많이 떨어져야 하는데,시장 금리를 떨어트리겠다는 FRB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에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3% 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모기지금리도 연 5% 아래서 안정세를 보였고요.월가에서는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최근 처럼 강력한 의지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과 회의를 가진 뒤,“정부의 부실자산 해소안이 신용흐름을 정상화할 수 있는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때마침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기존주택판매도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습니다.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가 전월대비 5.1% 증가한 연율 472만채를 기록했습다.

월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문제를 완전히 푸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