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대표적 찬물 어종(魚種)인 명태와 도루묵이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연해에서 더 이상 잡히지 않는 대신 따뜻한 물에 사는 오징어와 멸치의 어획량은 늘었다. 또 사과는 재배 면적이 감소한 대신 감귤이 제주에서 뭍으로 올라왔다.

통계청이 24일 내놓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농 · 어업 생산 변화' 자료에 의하면 명태는 2001년부터 생산량이 1000t 이하로 줄다가 작년에는 아예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 바다의 수온이 상승한 데다 명태 새끼인 노가리를 남획한 결과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도루묵 역시 수온 상승으로 지난해 어획량이 3000t에도 미치지 못했다. 도루묵은 1970년대만 해도 동해안에서 매년 2만여t씩 잡힐 만큼 흔한 고기였다.

반면 온수성 어종인 오징어는 지난해 18만6000t이 잡혔다. 1998년(16만3000t)보다 2만t 이상 어획량이 늘어난 것.통계청 관계자는 "오징어는 주로 동해에서 많이 잡히지만 최근 수온 변화로 이동 경로가 바뀌면서 서해안에서도 오징어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섭씨 15~19도에 사는 고등어와 멸치가 잡히는 지역이 동해안 북부까지 북상했다. 멸치가 늘어나자 이를 먹이로 삼는 삼치 다랑어 등의 생산량도 증가했다.

육지에서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농산물의 작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대 과일인 사과는 남부 지방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자 재배 한계선이 30년 전보다 훨씬 북쪽으로 올라갔다. 과거에는 대구 하면 사과를 떠올렸지만 요즘은 충주 사과가 더 인기를 끄는 게 그런 이유다.

대신 복숭아를 키울 수 있는 지역은 넓어졌다. 복숭아 주산지는 경북에서 충북과 강원으로 올라왔다. 제주의 아열대 기후에서 잘 자라던 감귤은 전남으로 상륙했다. 2002년 10㏊에 불과했던 전남 지역의 감귤 재배 면적은 2005년 74㏊까지 넓어졌다. 포도는 한 ·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의 여파로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가운데 온난화 영향으로 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으로 옮겨 가고 있다.

통계청은 "과거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했는데 2010년까지 추가로 1.2도 더 오를 전망"이라며 "아열대 신품종 도입 등 온난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