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블록버스터로 꼽히는 '라 바야데르'는 '난작(難作) 중의 난작'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 5개 단체를 빼곤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내달 17~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라 바야데르'를 선보인다.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힌두교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라르,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사랑,배신,죽음,용서의 드라마다.

이 작품은 대규모 무대 세트와 150여명의 출연진,400여벌의 의상을 동원한 '초대형 발레'.1999년 초연 때 무용수 150여 명에 제작비 8억원이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001년 미국 순회공연에서는 볼쇼이발레단의'라 바야데르'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라 바야데르'는 드라마틱한 남성미와 로맨틱한 여성미가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기도 하다. 발레극에서는 드물게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것 또한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3막으로 구성된 '라 바야데르'는 막마다 뚜렷한 개성을 보여준다. 1막은 2인무의 향연.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라르가 펼치는 낭만적인 무대는 2인무 중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이다. 니키아와 왕국의 공주 감자티가 솔라르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 역시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든다.

2막은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무관하게 볼거리로 만든 춤)의 연속이다. 인도 궁전의 화려한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다. 2m의 모형 코끼리를 타고 등장하는 전사 솔라르와 감자티 공주의 결혼 축하연이 하이라이트다. 인도 궁중 무희들의 '부채춤'과 '물동이춤',힘과 패기가 넘치는 '북춤',최고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남성 솔로춤 '황금신상의 춤'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배신의 절망감을 애절한 선율에 담아내는 니키아의 솔로춤은 2막에서 단연 돋보인다.

3막 '망령들의 왕국'은 '백색 발레'의 신비감을 대표하는 명장면.호화찬란한 1,2막과 달리 32명의 발레리나가 새하얀 튀튀(발레 치마)를 입고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춤을 춘다.

주역을 맡은 무용수마다 '니키아-솔라르-감자티'의 색깔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와 노련미를 즐기고 싶다면 '임혜경-황재원-이상은'팀,화려한 테크닉을 원한다면 '황혜민-엄재용-강미선'팀을 추천한다. '강예나-이현준-한서혜'는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더한다.

여러 가지 부대 행사와 관람료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1만원의 행복'이란 이름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층 전석(366석)의 관람료를 1만원으로 책정했다. 저소득층 청소년 2200명을 초청한 뒤 이들에게 발레 체험 프로그램과 발레 전문 교육도 제공한다. 1만~10만원.070-7124-1732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