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몸살을 앓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구가하는 두 업체가 있다. 1000원숍으로 유명한 '다이소'와 신발전문점 'ABC마트'다. 일본의 1990년대 '10년 불황'을 이겨낸 내공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외형 확장을 거듭,최근 3년 새 매출이 각각 3배로 급증했다. 일본에서도 소매혁신을 이룬 기업으로 평가돼 국내 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 국내 아성산업과 합작한 다이소(다이소아성산업)는 매출이 2005년 800억원에서 지난해 2300억원을 기록,3년 만에 거의 3배로 급신장했다. 현재 450개인 점포 수를 올 8월 500개,연말까지 550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0억원으로 30% 이상 늘려잡았다. ABC마트도 2005년 34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3배인 10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도 43% 늘어난 1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ABC마트는 강남 센트럴시티점,신림 포도몰점 등 20여개 점포를 새로 내 연내 매장 수를 8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싼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게 공통점이다. 다이소는 △대량 주문 △제품 단순화 통한 단가 인하 △하청업체에 현금결제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대표는 "한꺼번에 제품 10만개를 공급하려면 생산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대금을 매번 현금으로 지급해 납품업체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토록 했다"고 말했다.

ABC마트는 빠른 제품 회전율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다른 브랜드 대리점들이 신발이 나온 지 6개월이 지나야 신상품에서 빼고 할인에 들어가는 반면 ABC마트는 3개월이면 할인판매를 시작한다. 유행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재고 수량이 적거나 사이즈가 없는 제품들은 매장 입고시점과 무관하게 세일을 시작하고,각 점장들에게 세일 권한을 부여해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운영방식은 일본 ABC마트의 마케팅 전략과 똑같다. 또 일반 대리점 형태는 점포 수를 쉽게 늘릴 수 있지만 관리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60개 점포를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한다. 장문영 ABC마트 마케팅팀장은 "대부분 100~200평 이상 대형 매장에서 일반 매장의 10배가 넘는 2000종의 신발을 취급해 한곳에서 모든 브랜드를 둘러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와 ABC마트는 일본의 1990년대 10년 불황기에 소고(백화점),마이칼(종합슈퍼) 등 대형 소매기업들이 도산하는 가운데 카테고리킬러형 전문 소매업태로 급부상했다.

최상철 일본 유통과학대 교수는 "이들의 성공요인은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차별화된 시장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데 있다"며 "불황기에는 이처럼 한 분야를 파고드는 심화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