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등 국제 이벤트와 국가 행사는 물론 결혼식이나 갖가지 축제 때도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내면서 피날레를 장식해 온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일 게다. 어디 이 뿐인가. 남북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쳐진 한반도와 한쌍의 비둘기가 나란히 실린 반공(反共)포스터를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을 터다. 비둘기는 곧 평화와 순결,다정스러움을 의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비둘기들이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곳곳에 널려있는 먹이에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서울에만 100만 마리에 이를 정도로 개체 수가 급속히 불어난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로 인해 세균이 가득한 털이 날리고 배설물로 문화재 등을 부식시키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심지어 살 찐데다 닭처럼 뒤뚱뒤뚱 걷는다고 해 '닭둘기',너무 많이 먹어 마치 살찐 돼지 같다는 뜻에서 '돼둘기',쥐처럼 세균 덩어리라고 해서 '쥐둘기' 등으로 폄훼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화의 상징으로 꼽혀온 비둘기가 대표적 기피 조류로 곤두박질치고 만 셈이다.
때마침 환경부는 집비둘기를 과수 ·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까치,멧돼지 등과 함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야생동식물보호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캠페인을 벌이거나,먹이를 줄 경우 벌금을 매기는 등 굶겨서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가축으로 분류돼 별도의 관리 방안이 없었던 집비둘기를 빠르면 5월 말부터 포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정부 조치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개체 수를 조절한다는 명분으로 함부로 잡아죽인다면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굶겨 죽이는 방법으로 안되면 비둘기 알을 제거토록 하는 방식을 쓰고,그래도 안되면 사살이란 최후 선택을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