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차관의 돈 거래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번 수사가 캐면 캘수록 계속 나오는 '고구마 줄기'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정 · 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24일 장 전 차관에 대해 구속영장을,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박정규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당시 박 회장에게서 불법 선거자금 5억여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선거자금은 박 회장의 측근과 장씨의 선거 본부장이었던 김태웅 전 김해군수가 창원의 국제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건평씨가 "마음 크게 먹고 (장인태씨를)한번 도와주라"고 권유하자 장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건평씨가 장씨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도 참석하는 등 열린우리당 인사를 뽑아준다는 차원에서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건평씨가) 김해 지역에서 '큰 어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광재 의원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박 회장에게서 네 차례에 걸쳐 달러와 원화 등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혐의다. 또 같은 시기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서 2~3차례에 걸쳐 1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중수부는 지난 21~22일 이 의원을 소환해 28시간 이상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3~4시간 박 회장 및 정 전 회장과 대질신문까지 벌였으나 이 의원은 수사가 끝난 뒤에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따라 26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밤 늦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정규씨는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04년 12월 박 회장에게서 50만원짜리 상품권 1억원어치를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역의원 서너 명을 금주 중 조사하기 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의원들이 곧장 출석하지 않더라도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4~5월까지 계속 일정을 조정해 수사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수만달러의 외화를 받은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