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보증 기관인 대한주택보증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가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미분양 누적에 경기 불황까지 겹쳐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우리 아파트 괜찮죠?"라고 묻는 분양 계약자들의 근심어린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소비자라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누구나 불안한 마음을 갖게 마련"이라며 "건설사가 쓰러지거나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 곳이라도 주택보증이 책임지고 공사를 하는 만큼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 분양 계약자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안심 입주'를 책임지는 보험회사 같은 곳이다. 아파트 분양대금을 미리 내고 2~3년이 지나야 입주할 수 있는 선(先)분양 제도가 안고 있는 최대 리스크가 바로 건설사 부도나 공사 중단 사태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대한주택보증이 1993년 설립(당시 주택공제조합)된 것도 바로 이 같은 분양 계약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1999년에는 아예 공기업으로 변신했다.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가 쓰러지더라도 주택보증이 나머지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해주는 등 분양 계약자 보호가 핵심 임무다. 물론 공사 중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가 원할 경우 이미 낸 분양대금을 되돌려주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우정건설이 부도로 쓰러지면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던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212가구짜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주택보증이 건설사를 대신해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아파트는 작년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입주율이 95%를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주택보증이 설립 후 지금까지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의 부도 · 파산으로 건설사 대신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해 입주시킨 아파트만 24만여가구에 이른다.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5만6000여가구에 대해서는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인 경기 불황 여파로 공사가 늦어지는 현장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계약자 보호를 위해 현재 2만5000여가구를 주의 또는 관리사업장으로 분류해 분양대금이나 공사진행 상황 등을 특별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남영우 사장(60)도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초 리스크 관리팀을 신설 · 확대하고 거래 업체에 대한 조기 경보 모델을 개발하는 등 입주자 보호를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고 있다. 이달 초에는 직접 전국의 지점을 직접 돌며 "아파트 공사현장 관리와 분양 계약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을 지원하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던 미분양 아파트 7000여가구를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환매조건부'로 사들여 자금 흐름의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다. 이들 미분양 매입에 투입한 자금만 무려 916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워크아웃 대상 업체들에 대한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해 채권금융기관과 약정을 맺기 전이라도 분양 보증,하자보수 보증,임대보증금 보증 등 모든 보증서 발급을 허용키로 규정을 바꿨다. 워크아웃 신청 건설사에 최하위 신용등급을 적용하던 것을 워크아웃 전 신용등급에서 2단계만 낮춰 적용하고 약정 체결이 완료되면 2단계 낮춰진 등급에서 즉시 1단계를 높여 해당 건설사의 보증료 부담을 완화해주기도 했다.

소외계층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임차자금 지원,저소득층 주택 개 · 보수,해비타트 집짓기 등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1058가구에 44억3000만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