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마당발''부동산업계의 칭기즈칸'.이종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51)은 이런 별명을 달고 다닌다. 지난 20일 대구 · 경북지부 방문 때는 '강력한 리더십,부동산 대통령'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힘을 한 데 모으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6개 시 · 도지부를 한 바퀴 도는 강행군을 벌였는데 가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정치인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작년 10월 제10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임기 3년)에 선출된 이 회장은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정치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1만여개 직능단체 중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뽑혔다. 1999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7대 협회장에 오른 뒤 8대까지 연임했던 그가 6년여 만에 다시 돌아온 것.7~8대 회장 때도 당시 전속중개제도 도입과 중개수수료 개선,중개업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뚝심을 보였다.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협회의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회장은 당선 직후인 작년 11월 역대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단독 면담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동산 거래질서가 선진화되고 부동산중개업자가 부동산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정치력에 힘입어 공인중개사법 개정 등 협회의 숙원사업 해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2일 발의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는 여야 의원 240명이 서명했다. 헌정 사상 최다 의원이 공동 서명하는 기록을 세웠다. '마당발'인 이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한 결과다. '중개업자'라는 용어를 '개업공인중개사'로 바꾸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은 이르면 다음 달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공부법) 개정도 이뤄져 이르면 6월 중순부터 시행된다. 여기에는 부동산중개법인이 모든 건축물에 대한 분양 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는 물론 정계 등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 현안을 해결한 사례다.

이 회장은 "협회와 공인중개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국가가 그동안 공인중개사를 너무 방치했으며 이제는 중개사들이 전문자격사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정보망 구축 △(재)한국부동산정책연구원(가칭) 설립 △기획부동산 등 불법 중개 척결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 중개업소 네크워크를 하나로 묶어 신속하고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망을 만들고,'싱크탱크' 역할을 할 정책연구원을 설립,부동산 정책을 리드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장은 "(가칭)한국부동산정책연구원이 꾸려지고 조직이 보다 안정화되면 협회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와대와의 핫라인 연결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또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규제 해제와 추가 세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각종 신고 및 허가제를 철폐하는 등 수도권보다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86년 창립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갖춘 방대한 조직이다. 전국 16개 시 · 도 지부와 252개 시 · 군 · 구 지회,3821개 읍 · 면 · 동 분회로 구성돼 8만7000여명의 부동산공인중개사를 대표한다. 회원 가족까지 합치면 인원이 100만명에 달한다. 1999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대한공인중개사협회가 분리하면서 양분돼 있다 2007년 10월 다시 합쳐졌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