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불명 리스트 나돌아… 4월 임시국회도 차질 우려
◆여야 득실은
지금까지 수사 상황만 봤을 땐 여야 중 어느 한 쪽만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일단 민주당의 우려가 더 큰 것 같다. 전 정권 관료들이 구속됐고 이광재 서갑원 의원도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데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중심인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그렇지 않아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둘러싼 갈등으로 당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비리 정당'이란 이미지까지 덮어쓰지나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친노 진영과 386 정치인들에게 맞춰질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정세균 대표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이 어떻게든 4 · 29 재보선에 검찰 수사를 악용하고자 한다"며 "분명 표적사정이고 편파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확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야당의원들에게만 집중될 경우 4월 국회에서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통해 사정 정국을 정면 돌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4월 국회를 조기에 소집하겠다던 당초 입장에선 한 발 물러섰다. 야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많이 포함돼 4 · 29 재선거 구도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를 선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이번 선거를 경제살리기 세력 대 반대세력의 구도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연차 회장의 사업 근거지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 · 경남지역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당의 주요 인사가 연루됐을 경우 4월 재선을 '경제살리기 선거'로 규정하고 있는 한나라당 입장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리스트에 누가 올랐나
여야 지도부가 입수한 출처불명의 '박연차 리스트'에 따르면 적게는 30여명,많게는 70여명의 전현직 의원 · 당 주요 인사들이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한나라당 A의원,민주당의 B의원 등 현직 최고위층도 리스트에 포함돼 각 당 지도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들 인사를 대상으로 개별 확인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저마다 "나는 관계 없다. 소환 통보를 안 받았다"는 해명만 듣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아침 인사로 해당 의원에게 '(검찰) 연락 없었지요'를 묻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거나 '영수증 처리를 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준혁/강동균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