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간 논란을 빚어온 캠코(자산관리공사)의 민간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 전담은행) 자본 참여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국책 부실채권 정리기관인 캠코가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할 경우 이해 상충과 시장 혼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5일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만드는 민간 배드뱅크에 정부기관이 참여할 경우 공정한 경쟁과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방침을 철회,캠코를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별 은행의 민간 배드뱅크에 대한 출자한도를 15% 선에서 유지하는 등 일부 은행 중심의 자의적인 운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배드뱅크에 비싼 값에 떠넘기거나 회계 처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부실자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대신 민간 배드뱅크를 활성화시켜 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자본 건전성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워크아웃 채권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경우 4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캠코가 인수하되 공개경쟁시장에서 매각이 가능한 일반 부실채권은 민간 배드뱅크에서 처리하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PMG 등 컨설팅 기관을 통해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국내외 투자자들이 부실채권 처리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가 투명한 시장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배드뱅크에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를 투입하는 데 따른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본확충펀드가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한 사실상의 공적자금인 만큼 은행들이 이 돈으로 자체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들에 자본확충펀드의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시장금리보다 좋은 조건까지 제시했는데 실물 지원이 아닌 은행 자체의 부실채권 처리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은행들이 부실채권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서라도 은행들이 자본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고 부실채권을 처리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