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만9000명 규모의 공공기관 정원 감축계획을 올해 안에 완료하라는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3~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공공기관들은 당장 이사회를 열어 정원감축안을 처리하느라 비상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노사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지침을 확정,공공기관에 내려보냈으며 기관별로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정원감축안을 의결하라고 요구했다. 정원감축 대상은 코레일 도로공사 등 69개 공공기관이며 감축규모는 1만9000여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정원감축 계획 가운데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일종의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라며 "정원은 올해 모두 감축하고 현원(실제 인원)은 자연감소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리하도록 정부 지침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정원이란 행정안전부(공무원)나 소관부처(공공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인력규정 등에 따라 정해놓은 인원 수를 말하는 것이고 현원은 실제로 근무하는 사람 수를 뜻한다. 현원이 정원보다 많으면 일종의 규정위반이 되기 때문에 통상 현원이 정원보다 적다. 초과현원이 있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인건비 책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관계자는 "많은 공공기관들이 정원과 현원을 모두 단계적으로 축소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놔두면 인력감축을 최대한 미루면서 인력감축 계획이 유야무야되기를 기다리는 곳이 나올 수 있고 그 결과 2012년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정원을 일단 감축해두라고 한 것"이라며 "정원을 한꺼번에 줄이면 초과현원이 발생하게 되는데 2012년까지는 인건비 등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인력감축 대상기관을 모두 초과 현원 상태로 만들어 두면 해당기관들이 허용기간 내에 어떤 식으로든 이를 해소하려고 노력할 것이므로 인력감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정원감축 실적을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감축안을 처리하지 못한 공공기관장에 대해서는 기관장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 같은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정원감축 작업에 속속 나서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오후 삼성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정원감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노조가 이사회장을 점거하는 등 실력으로 저지하자 다음 회의로 안건 처리를 미뤘다. 이경호 한전노조 총무실장은 "단계적인 정원 감축이 아니라 2400여명을 한꺼번에 줄이려는 시도는 강제적인 퇴출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인식/류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