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들은 태생적으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땅주인 집주인은 제값을 매겨주지 않았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매수자들은 평가가격이 비싸게만 보입니다. 시비가 사라지려면 국민들이 감정평가사를 믿으셔야 합니다.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완벽하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

서동기 한국감정평가협회장은 감정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부동산학 박사 1호이자 감정평가업계 초창기부터 몸 담아온 그는 감정평가협회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애정이 가득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감정평가협회는 한국공인감정사회(1976년 설립)와 한국토지평가사회(1980년 설립)가 1989년 12월 통합하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회장 부회장과 3명의 이사를 포함해 60여명이 3000명에 가까운 감정평가사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갖가지 공정성 확보 대책을 마련했다. 감정평가기관 추천위원회를 신설했고 감정평가심사위원회를 강화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신고제도 활성화와 윤리조정위원회의 정례화도 추진했다.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과 시행에 따라 기업 자산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국제적 정합성을 갖는 '한국채택 국제평가기준'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서 회장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감정평가기관 추천위원회다. 의뢰인이 개별 평가법인에 직접 일감을 맡기는 대신 협회에 위탁하도록 해서 협회가 지정한 법인에 평가 업무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가법인들의 과당 수주 경쟁이 줄어들고 의뢰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다. 협회는 추천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시행자 학계 법조계 등 외부 인사까지 참여하는 20명 이내의 위원을 두고 있다.

또한 최근 기업의 자산 재평가와 관련, 협회의 감정평가심사위원회에서 모든 자산평가에 대해 심사를 실시해 업계와 감독기관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감정평가법인들은 요즘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일감이 줄어들고 있어 고민이다.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데다 주택사업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어서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고객들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대형 법인들조차 임금 동결에 나서야 할 처지다. 하지만 협회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두 가지는 지켜갈 생각이다. 하나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자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개발 비용을 깎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경기가 침체돼 직장을 잃으면 재기가 어려운 시절인지라 회원법인들에 직원을 내보내지 말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평가 기법을 선진화 · 전문화할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연구개발비를 삭감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열심이다. 박봉욱 기획이사는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기도 하고 불우이웃에게 후원금을 보내기도 한다"며 "1사1촌 운동의 일환으로 충남 태안군의 한 마을에 트럭을 기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평가사에 대한 재교육을 위해 새로운 법이나 새로운 감정평가 이론 등을 소개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