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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탐방]크로바하이텍…"꿈의 디스플레이 우리가 만들어요"

서울 자양동에 있는 크로바하이텍 서울사무소. 4층짜리 건물인 이 곳에 들어서면 '꿈의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AMOLED는 현행 TV나 노트북PC에 주로 쓰이는 TFT-LDC(초박막 액정표시장치)보다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고 시야각이 180도에 가까운 초경량 디스플레이다. TV나 노트북PC 뿐 아니라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등에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 크로바하이텍은 모바일 단말기용 WVGA(480X800)급 AMOLED패널의 핵심부품인 구동칩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현관에서 만난 이 회사 박형래 반도체설계사업부 레이아웃팀 부장은 AMOLED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했다. 박 부장은 "현재 각종 디스플레이로 주로 쓰이는 TFT-LCD는 화면 뒤에서 빛을 쏘아주는 후면광원장치인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하지만 AMOLED를 채택한 디스플레이에는 이 장치가 필요없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워질뿐 아니라 두께도 아주 얇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응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화면에 잔상이 전혀 없어 스포츠중계를 보더라도 선수들이 진짜 눈 앞에서 뛰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말그대로 '미래형 디스플레이'인 셈이다.
[스타워즈 탐방] 크로바하이텍…"꿈의 디스플레이 우리가 만들어요"
◆ 국내 최초로 모바일용 WVGA급 AMOLED 개발

트랜스포머(전원공급변환장치,일명 '도란스') 생산 국내 1위업체인 크로바하이텍이 AMOLED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AMOLED 시장에 뛰어들어 승부수를 던졌다. AMOLED에 필요한 반도체 등 핵심부품들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해 8월 디자인 하우스격인 반도체설계사업부(LSI)를 신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것.

이 회사 송한준 사장은 크로바하이텍을 반도체 전문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송 사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구동하기 위해서 많은 반도체 부품이 필요하다"며 "AMOLED 시장에 능동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서 기업의 정체성을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MOLED를 바탕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크로바하이텍의 반도체설계사업 진출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LSI사업부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 20명을 뽑아 충북 청주공장에 배치, 작년 하반기부터 AM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양산하고 있다. 전문인력이 많은 만큼 칩 생산계획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반도체설계사업에 진출한 지 한달 만인 작년 9월 11일. LSI사업부는 모바일용 WVGA(480X800)급 AMOLED 패널 구동칩을 개발한 데 이어 국내에서 최초로 이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TFT-LCD가 하나의 패널에 3개의 칩을 사용해 내는 속도를 한개의 칩으로 해결한다.

이 회사는 디지털카메라(DSC), 울트라모바일PC(Ultra Mobile PC),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PMP)용 WVGA(800X480)급 AMOLED 패널 구동칩도 개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이하 SMD)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에 샘플을 공급했다. SMD는 삼성SDI에서 분리된 OLED사업과 삼성전자에서 나온 소형 LCD 패널 사업을 합쳐서 설립한 회사다.

일본에서는 AMOLED를 장착한 모바일 디스플레이 기기가 판매되고 있다. 2007년 11월 일본의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KDDI가 세계 최초로 AMOLED를 장착한 휴대폰을 출시했다. 크로바하이텍이 핵심부품을 SMD에 공급했고, SMD는 이를 다시 KDDI에 공급했다. 크로바하이텍은 SMD의 유일한 AMOLED 공급업체다.

[스타워즈 탐방] 크로바하이텍…"꿈의 디스플레이 우리가 만들어요"
◆전원공급변환장치 1위…PDP패키지 실패로 최대 '위기' 맞기도

크로바하이텍은 1974년 회사설립 당시 트랜스포머를 생산하는 전원사업부만 운영했다. 이후 2002년부터 디스플레이 드라이브 구동칩 패키지를 만드는 반도체사업부와 불량 하드디스크를 고쳐 재생하는 리워크(rework)사업을 시작했다. AMOLED 등 반도체설계사업까지 업무영역을 넓힌 것이 지난해다.

트랜스포머는 아직까지도 크로바하이텍의 주력사업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드디스크 재생사업부도 높은 영업마진률 덕분에 주력 사업부로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AMOLED 구동칩을 양산하며 신성장동력까지 장착한 것이다.

크로바하이텍은 그러나 6년전인 2003년에 큰 손실로 인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반도체사업부의 주력 품목이던 PDP패키지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디스플레이 제품을 구입하는 시장수요는 모두 TFT-LCD 제품으로 몰렸다. 크로바하이텍의 경영진들은 LCD 제품보다 PDP 제품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잘못된 예측을 했던 것이다.

◆ 사상 최대 실적이 증명한 성장 기대감

크로바하이텍은 실적을 잘 살펴보면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크로바하이텍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18.6%와 647.0% 급등한 35억원과 9억6000만원을 달성했다. 매출액도 90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7% 이상 성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력 매출품목인 전원사업 부문의 시장점유율이 전년보다 확대됐고, 디스플레이산업 호조에 따른 반도체사업 부문의 매출도 늘어나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MOLED 관련사업 분야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로바하이텍에 대해 "올해 매출이 1000억원을 웃도는 1147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1억원과 43억원으로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부별로는 전원사업부의 매출이 2008년 470억원에서 2009년 599억원으로 전년대비 27.4% 증가하고, 반도체설계부문 매출이 2008년 16억원에서 올해 76억원으로 375% 이상 대폭 늘어날 것이란 게 이 애널리스트의 전망이다. 그는 전세계 AMOLED 시장이 2012년까지 연평균 70.9%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중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부채가 31억원을 기록해 전년의 29억원에 비해 2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으나, 이는 동종업종 평균 대비 양호한 수치"라며 "유보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각종 재무지표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스타워즈 탐방] 크로바하이텍…"꿈의 디스플레이 우리가 만들어요"
◆플러스 알파도 있다…하이브리드카용 트랜스 단독 공급

크로바하이텍의 자동차부품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자동차에 사용될 전원공급장치인 트랜스를 국내 굴지의 회사에 공급하는 유일한 회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생산될 예정인 하이브리드차 A 모델의 모터제어시스템용(MCU) 트랜스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독일계 유한회사인 로버트보쉬社가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 케피코에 하이브리드차용 트랜스포머를 납품하게 된다.

크로바하이텍 관계자는 "이 트랜스포머는 하이브리드자동차의 모터제어시스템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라며 "우선 LPG용 하이브리드차 모델에 이 부품이 쓰여지고, 나아가 일반 전장자동차 부품(트랜스포머 및 코일)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