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휘자를 꼽는다면 스물일곱에 LA 필하모닉 차기 상임지휘자로 지명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빈곤층 대상의 특별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시스템)'가 키워낸 그의 천재적인 지휘는 음악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열정과 감동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지휘자는 아니지만 전 국민에게 꿈과 감동을 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강마에'가 작년에 가장 유명해진 '마에스트로'일 것이다. 그는 돋보이는 연기를 통해 지휘자 세계가 그동안 피상적으로 생각해 온 오케스트라를 대표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이 아닌,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엄청난 능력과 노력,탁월한 리더십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전해줬다.

지휘자는 각각의 개성을 조율해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단원들만 모인 최고의 오케스트라도 지휘자 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그들이 내는 연주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어느 오케스트라 단원은 천재성을 보이는 지휘자에 대해 단원들끼리 "우리 마에스트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보는 것 같다"며 뼈있는 농담을 자주 나눈다고 한다. 그만큼 100명 가까이 되는 단원들 하나하나를 꿰뚫어본다는 것이다. 한 시간이나 되는 심포니를 전부 외워서 하는 명 지휘자는 이성,감성,천재성에다 노력을 더해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지휘자가 하는 일은 영(零)에서 무한대라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움직여도 오케스트라는 소리를 내지만,지휘자의 해석과 리더십 없이는 그저 단순한 소리일 뿐이다.

'지휘'란 말의 원래 의미는 정해진 목적을 위해 앞에서 이끄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휘자가 그렇게만 한다고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대개 실력 있는 단원들은 연습을 한두 번만 해보면 지휘자 수준을 파악한다고 한다. 지휘자가 단원을 볼 때도 그런 것처럼 단원들 역시 지휘자를 평가하고 나의 활을 맡길 수 있을 만하다고 인정하고 신뢰한 후에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단원들을 꿰뚫는 지휘자와 자신의 연주를 지휘봉에 맡기는 단원들처럼 상대방을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을 포함한다. 최근 김인식 감독은 전 국민에게 '믿음'이란 화두를 제시하며 WBC 준우승을 이뤄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믿음의 야구를 통해 잠들어 있던 선수들을 깨워 위대한 승리를 거둔 김 감독의 리더십에 전 세계가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열기와 감동이 식지 않고 이어져서 회사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명 지휘자'와 '명 단원'들의 음악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