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벌이는 통화 전쟁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끼어들어 기름을 부었다. AFP통신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25일 파리에서 프랑스 의회 재무위 소속 의원들과의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아주 적절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칸 총재는 이어 "그런 논의가 아마 앞으로 수개월 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총재는 "달러의 위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니며,중국도 그렇게 믿지 않고 있다"면서도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달러의 위상 문제에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됨에 따라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문제가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최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IMF가 관리하는 특별인출권(SDR)을 새로운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SDR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이다. 이날 현재 IMF가 고시한 1달러는 0.66SDR이다.

칸 총재가 뒤늦게 논란을 부추긴 것은 세계 금융위기 및 경제위기 해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프랑스와 미국의 갈등 관계를 미묘하게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주장하는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 공조에 반대하는 프랑스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 규제 · 감독체계를 개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칸 총재의 새로운 기축통화 논의 발언은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세계경제 침체 대응 방안을 촉구한 후 나온 것이기도 하다. 칸 총재는 프랑스 태생으로 프랑스 산업부 장관,경제 · 금융 · 산업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