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서 경매 낙찰률은 올라가지만 낙찰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술시장 침체로 작품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저가에 응찰,경쟁 없이 낙찰받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옥션의 경우 작년 말 50%대에 그쳤던 미술품 경매 낙찰률이 26일 열린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서는 99점 중 81점이 팔려 81%를 기록했다. K옥션 역시 지난 25일 경매에서 178점 중 126점(낙찰률 70%)이 팔렸다.

또 신생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인 아이옥션이 지난달 12일 실시한 경매에서는 도자기 및 옛 서화,근 · 현대 작가가 작품이 169점 중 120점이 판매돼 낙찰률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처럼 낙찰률은 올라갔지만 가격이 싼 작품에만 매기가 몰리면서 낙찰가격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박수근을 비롯해 이우환 권옥연 김종학 오치균 이왈종 등 '블루칩' 작가는 물론 허달재 김원숙 이수동 권기수 남경민씨 등 30~50대 '옐로칩 작가',옛 서화 작품 등이 대부분 추정가 범위 내에서 낙찰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로탱화인 '감로왕도'(111×128.5㎝)는 추정가(10억원)보다 낮은 9억5000만원에 팔렸고,이우환의 1980년작 '선으로부터'(181.8×227.5㎝) 역시 추정가(12억~15억원) 이하인 10억1000만원,박수근의 1962년작 '노상의 여인들'(20.9×26.7㎝)은 추정가(5억5000만~7억5000만원)의 하한선인 5억5000만원에 각각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처럼 낙찰가가 대부분 추정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총 낙찰액은 52억2000만원에 머물렀다. 이는 작년 봄 메이저 경매 때의 총 낙찰액 149억400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루 앞서 열린 K옥션 경매에서는 1000만원대 미만의 작품에 매수세가 붙으며 낙찰률은 70%대로 급등했지만 매출액은 작년 3월 경매의 3분의 1 수준인 29억원에 그쳤다.

미술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나 투자 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아 저가 작품에만 입질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낙찰률 상승은 미술 수요층은 확대되고 있는 반면 그림값은 바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바로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인홍 한국미술투자연구소장은 "미술품 경기가 아직 바닥을 친 것 같진 않지만 경매시장에 나온 작품의 70~80%가 점당 1000만원대의 저가 작품으로 일부 컬렉터들이 장기 투자를 위해 '입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