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들이 27일 2차 구조조정 건설.조선사를 확정함에 따라 내주부터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

채권은행들의 중소 건설.조선사들에 대한 2차 신용위험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 업체수는 지난 1차 때보다 늘어났다.

은행들은 심사 과정에서 1차 때보다 객관적인 평가에 주력하면서 별다른 잡음 없이 대상 선정 작업을 마쳤다는 평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중소형 건설.조선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부실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 업체수를 최소화함으로써 부실이 심화하기 전에 먼저 싹을 잘라내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구조조정 대상 20개…심사 대상의 27%
채권은행들이 선정한 2차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는 총 20개로 1차 때(16개)보다 늘어났다.

또 구조조정 대상 업체 선정 비중도 전체 심사 대상 업체(74개)의 27%로 1차 때(14.3%)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경우 시공능력 101~300위까지 건설사 200개를 기준으로 보면 워크아웃과 퇴출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는 전체의 10% 수준에 못 미친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재무제표 상으로 견디기 어려운 업체들이 상당수 존재했으나 비재무적인 부문에서 경기 회복시 자금유입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업체들은 B등급(일시적 자금 부족 기업)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퇴출 대상인 D등급(부실기업)을 받은 업체들도 이미 부도가 났거나 법원에 회생신청을 한 곳 또는 사주가 사라져 기업 경영 자체가 불투명한 곳들만 포함되는 데 그쳤다.

또 지방은행들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지방소재 건설.조선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대다수가 구조조정을 피해갔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방 소재 업체들을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으로 선정하면 회사 규모는 작아도 지방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실천 지지부진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1차 구조조정에서 드러난 후유증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등급 업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실이 심화해 퇴출 절차를 밟는 등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1차 신용위험 평가에서 각각 B등급과 C등급을 받은 신창건설과 대동종합건설이 D등급에 해당하는 기업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은행들이 부실 평가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원활하게 추진될지도 의문이다.

지난 1월20일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일부 기업들은 2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이 현재화할 경우 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구조조정 작업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입장도 모호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사실상 기업 회생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구조조정과 잡셰어링 등 일자리 창출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채권단의 구조조정이 재무적 판단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영진과 성장 전망 등 비재무적 판단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보다 고용과 내수를 위해 가급적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2차 구조조정에서 C등급 업체에도 대주단 협약을 적용해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채권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500억 원 미만인 '채권은행협약' 적용 업체들은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제2금융권에서 채권회수에 나서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등급 업체에만 가능한 대주단 협약을 워크아웃 업체들에도 적용하면 오히려 구조조정이 시들해지고 이미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다른 업체들의 불만도 제기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년에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하위권 대기업과 B등급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장기 불황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이 확대되기 전에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해서 살아날 수 있는 기업,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부실을 과감하게 정리하지 않고 미래로 넘기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걷어내야 국민 경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