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달 초만 해도 봄은 왔지만 아직은 봄이 아니라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들이 많이 돌았지만, 최근 주가 반등으로 미니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공포심리'가 눈 녹듯 사라져 지금은 활기찬 분위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제목에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이달 초 주가가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는 단발적인 호재로 인해 근본적인 위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의 '제비 한 마리가 무장해제(?)'(김세중 신영증권), 여러 갈래의 길에서 양을 잃는다는 의미인 '다기망양(多岐亡羊)'(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호재를 찾기 어려운 천수답 장세'(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같은 제목들이 시황보고서를 장식했다.

그러다 중국의 내수부양책과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이달 중반부터는 '이번에는 1200포인트 고지 점령을 성공할 수 있을까'(이재만 동양종금증권)란 기대감이 생겨났다.

지난 23일 미국 재무부가 민관합동투자펀드(PPIF)를 통해 최대 1조달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자 보고서엔 봄기운이 뚜렷해졌다. '꽃샘추위 속에 핀 벚꽃처럼'(박승진 삼성증권), '미국에서 불어온 봄바람'(강성원 동부증권),'따스한 봄바람의 유혹'(김진호 하나대투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오늘도 주식을 산다'란 보고서에서 "코스피 지수 1000 선 붕괴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은 허탈해하고,1200 선에서 주식을 정리한 투자자들은 안타깝고, 조정을 기다리며 매수를 늦췄던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워 한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2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서자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도 고개를 들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호전되면서 반등 기대감이 장을 끌어올렸다"면서 "이달 말~4월 초의 1분기 실적 시즌에는 기업들의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개선될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관론을 펴왔던 원 연구원도 "단기급등의 피로감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과도한 추격매수보다는 기존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조정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