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석유류 공급가 공개 논란‥"가격구조 투명화 당연" vs "어느 나라도 시행않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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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주유소에 공급하는 평균가 주단위 공개
정부, 입법예고 거쳐 5월부터 시행키로
정부, 입법예고 거쳐 5월부터 시행키로
최근 들어 휘발유 등 국내 석유류 제품값이 치솟으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의식해 기름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석유류 제품값이 고공비행을 하는 원인을 놓고 정부와 정유업체 간 시각차도 크다. 정부는 "불투명한 유통구조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유업체들은 "기름값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이 문제"라며 반박한다.
최근 정부는 주유소 공급가 공개를 추진하며 정유업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의 주유소 공급가격 발표를 골자로 한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입법예고됐으며,앞으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5월 중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비밀 침해' 논란
일선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 공개를 골자로 한 개정안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유업계는 기업의 영업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유회사들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등 제품의 평균가격을 주간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지식경제부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의 평균 공급가격을 주간 단위로 산출해 고시하고 있지만,앞으론 개별 회사의 공급가격이 공개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정유사별 경쟁을 유발시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뜀박질하고 있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정유사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 및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류 제품의 주유소 공급가는 거래규모를 비롯해 상권 위치 등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되는데,이를 공개하면 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각 주유소의 거래 규모,신용도,외상거래 유무 등에 따라 공급가격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회사마다 전국 평균가격을 공개할 경우 높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주유소들로부터 이의 제기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이 "공급가 공개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도입가를 비롯해 환율,주유소 판매가가 매일 고시되는 상황에서 일선 주유소 공급가까지 공개하는 것은 '여론무마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름값 인하효과 있을까
정부가 주유소 공급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정유사들의 정제부문 영업이익률은 2~3% 남짓으로 업체 간 경쟁으로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높은 기름값은 ℓ당 630~860원까지 부과되는 세금 때문"이라며 "ℓ당 판매 마진이 20원 남짓한 정유업체의 공급가를 공개해 가격을 인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국내 석유시장의 경쟁활성화 및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왔다. 석유제품 수입관세 인하,주유소 상표표시고시 폐지(폴사인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도 지금까지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입관세 인하 조치(3%→1%)는 지난해 4월 국내 석유공급 사업자를 늘려 기름값을 인하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석유제품가와 국내 판매가와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지금까지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주유소에서 복수회사 제품을 팔도록 허용하는 폴사인제 폐지도 4개 정유사 주유소 중 폴사인 교체 의사를 밝힌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국제유가와 연동된 가격구조와 정유사에서 수십억원의 시설자금을 융자받는 주유소 업계 현실에 비춰 폴사인제 폐지는 출발부터 실패가 예견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류 제품에 붙는 세금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기름값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생활물가 인하 여론을 의식한 단견적 유가정책보다는 국가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석유류 제품값이 고공비행을 하는 원인을 놓고 정부와 정유업체 간 시각차도 크다. 정부는 "불투명한 유통구조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유업체들은 "기름값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이 문제"라며 반박한다.
최근 정부는 주유소 공급가 공개를 추진하며 정유업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의 주유소 공급가격 발표를 골자로 한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입법예고됐으며,앞으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5월 중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비밀 침해' 논란
일선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 공개를 골자로 한 개정안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유업계는 기업의 영업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유회사들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등 제품의 평균가격을 주간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지식경제부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의 평균 공급가격을 주간 단위로 산출해 고시하고 있지만,앞으론 개별 회사의 공급가격이 공개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정유사별 경쟁을 유발시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뜀박질하고 있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정유사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 및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류 제품의 주유소 공급가는 거래규모를 비롯해 상권 위치 등에 따라 정책적으로 결정되는데,이를 공개하면 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각 주유소의 거래 규모,신용도,외상거래 유무 등에 따라 공급가격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회사마다 전국 평균가격을 공개할 경우 높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주유소들로부터 이의 제기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이 "공급가 공개는 영업비밀 침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도입가를 비롯해 환율,주유소 판매가가 매일 고시되는 상황에서 일선 주유소 공급가까지 공개하는 것은 '여론무마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름값 인하효과 있을까
정부가 주유소 공급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정유사들의 정제부문 영업이익률은 2~3% 남짓으로 업체 간 경쟁으로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높은 기름값은 ℓ당 630~860원까지 부과되는 세금 때문"이라며 "ℓ당 판매 마진이 20원 남짓한 정유업체의 공급가를 공개해 가격을 인하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국내 석유시장의 경쟁활성화 및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왔다. 석유제품 수입관세 인하,주유소 상표표시고시 폐지(폴사인제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떤 정책도 지금까지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입관세 인하 조치(3%→1%)는 지난해 4월 국내 석유공급 사업자를 늘려 기름값을 인하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국제시장의 석유제품가와 국내 판매가와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지금까지 휘발유 등 석유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주유소에서 복수회사 제품을 팔도록 허용하는 폴사인제 폐지도 4개 정유사 주유소 중 폴사인 교체 의사를 밝힌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국제유가와 연동된 가격구조와 정유사에서 수십억원의 시설자금을 융자받는 주유소 업계 현실에 비춰 폴사인제 폐지는 출발부터 실패가 예견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류 제품에 붙는 세금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기름값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생활물가 인하 여론을 의식한 단견적 유가정책보다는 국가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