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상승세가 6일 만에 제동이 걸렸다. 투신권이 이달 말 결산을 앞두고 수익률 챙기기에 나서 차익매물을 대거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투신권은 그동안의 주가 급등에 부담을 느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팔고 대신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를 매입하는 교체매매를 통해 수익률을 관리하는 양상이어서 증시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27일 투신권은 코스피지수가 장중 1250포인트를 넘어서자 차익매물을 쏟아내 1781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지수는 오후 들어 하락세로 꺾여 6.29포인트(0.51%) 내린 1237.51로 장을 마감,5일간의 상승세를 접었다. 코스닥지수도 1.45%(6.03포인트) 내려간 421.24를 기록했지만 투신은 시총상위 우량주를 중심으로 112억원어치 사들여 코스닥시장에선 3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투신권 코스피 · 코스닥 시소게임

투신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77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119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서범진 대신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투신은 코스피지수가 불안하면 코스닥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이 '녹색성장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자 이 같은 전략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지 않는 상태에서 한정된 투자자금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도 "투신은 코스닥시장에 몇 십억원만 투자해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향후 유가증권시장의 대세상승 분위기가 좀 더 뚜렷해질 경우 투신의 코스닥 투자는 일시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건영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펀드매니저들의 벤치마크는 코스피지수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되면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의 대형주 투자로 방향을 틀 것"이라며 "이 경우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 실적이 탄탄한 코스닥 대표주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반도체 시총 1위 넘봐

코스닥시장에서는 투신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가총액 순위에 큰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투신권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주가가 오르면서 시총순위가 급등하는 반면 순매도 종목들은 주가 하락으로 순위가 밀리고 있다.

이날 LED(발광 다이오드) 대장주인 서울반도체는 기관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장중 한때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을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오후 들어 기관들의 차익실현으로 주가는 2.97% 하락한 3만1050원으로 끝나면서 뒤집기에 실패했지만,앞으로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셀트리온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등 지표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와 있다"며 "그러나 LED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시총순위가 5위권에 머물렀지만 이후 투신권의 집중적인 매수에 힘입어 메가스터디 태웅 SK브로드밴드 등을 제쳤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말 서울반도체 보유 지분이 5.56%(283만주)였으나 이후 매집을 시작해 지난 25일 현재 14.75%(749만주)로 지분을 늘렸다. 이달에 투신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태광도 시총순위가 지난달 말 11위에서 이날 9위로 올라섰다.

반면 투신권 순매도 1위종목인 SK브로드밴드는 이 기간에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시총순위도 3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김태완/문혜정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