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투자가 크게 자유로워졌다. 뉴타운에서 집을 살 때 대지지분이 20㎡(6평) 이상이면 무조건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앞으로 180㎡(54평)를 넘지 않으면 허가를 얻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5일 관보 게재와 함께 시행되면서 뉴타운에서만 별도로 시행된 토지거래허가 강화 기준(제32조)이 사라졌다.

뉴타운 주택시장은 2006년 7월 재정비촉진법 실시 이후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용도지역 변경이나 용적률 상향조정 등의 특례혜택을 주는 대신 토지거래허가 요건을 대폭 강화한 탓에 대지지분 20㎡ 미만 주택만 간간히 손바뀜이 일어나는 정도였다. 서울시 뉴타운사업의 경우 20㎡ 이하 필지는 전체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에 '거래장벽'이 무너지면서 거래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까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뉴타운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급매물을 중심으로 관심을 둘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 이상 대지지분에 대해 토지거래허가를 얻어야 했던 뉴타운은 2월 말 현재 20개 지구,2071만9654㎡였다. 2차 뉴타운 가운데는 한남 전농 · 답십리 중화 미아 신정 방화 노량진 등 6개가 해당된다. 3차 뉴타운은 신길 아현 신림 시흥 상계 장위 등 11곳이다.

이들 지역은 까다로운 허가요건 때문에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하고 세대원 전부가 3년 동안 살아야 하니 수요가 늘어날 수 없었다. 재개발을 해야 할 정도로 낙후된 주택에서 직접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법률 개정에 따라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서 나중에 분양권을 확보하거나 시세차익을 얻고 되파는 일이 가능해졌다. 집주인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시장 반응 아직은 덤덤

규제가 완화됐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침체된 데다 뉴타운 지정 소식에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매수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조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거래허가조건 완화 이후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집값이 대지지분 33㎡(10평) 기준 2600만~2800만원 선으로 지난해 봄 수준과 차이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H공인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아직까지 완화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집값 동향을 살펴보는 전화가 몇 통 걸려왔지만 매매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뉴타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한남뉴타운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남뉴타운 인근 H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을 하고는 있지만 기대 만큼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귀띔했다.

다만 일선 중개업자들은 거래가 다소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폐지된 데다 집값이 떨어진 곳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남뉴타운의 경우 대지지분 33㎡짜리 다세대 주택이 2006년 하반기에 3.3㎡당 6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4500만원에 호가되는 매물도 나왔다. 다가구를 쪼개 구분등기를 한 집은 36㎡짜리가 2500만원에 나오기까지 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지금 당장 매입을 고려하기에는 시장 분위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머뭇거리만 할 때도 아니다"며 "입지가 좋고 개발호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급매물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인기 높아질 것

거래허가조건 완화로 가장 많은 수혜를 보는 매매물건은 대지지분 23~33㎡(7~10평) 정도의 주택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20㎡ 이하만 허가없이 거래가 가능해 이들 물건은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됐다. 하지만 이제는 23~33㎡짜리 지분도 인기가 높아지게 됐다.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분양권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매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뉴타운지역에서는 지분쪼개기가 성행해 조합원이 아파트 가구수보다 많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대지지분이 작은 조합원의 경우 현금청산 우려가 높았다. 매수자들의 경우 대지지분 23~33㎡짜리는 매물도 많아 입맛에 맞는 주택을 찾기도 쉬워졌다.

투자에 나설 때는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향후 시세를 고려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을 높게 주고 사면 아파트 건축비를 포함한 가격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보다도 비쌀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모컨설팅 김정용 팀장은 "강북에서 전용면적 85㎡형의 분양가가 6억원을 훨씬 넘을 만큼 고평가돼 있는 곳도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뉴타운 지역에서 값싼 전세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주택에서 의무적으로 살아야 했던 투자자들이 전세를 주고 빠져나올 수 있다"며 "저렴한 전셋집을 원하면 중개업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