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에도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교육비 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사교육비는 2000년 이후 8년 만에 3배로 급증하면서 교육비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됐다.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비 지출이 급증하고 고령화로 인해 의료보건비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교육비 지출은 39조8771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132억원 증가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추계 가구 수(1667만3162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239만2000원을 교육비로 쓴 것이다. 2000년의 교육비 지출액 17조5453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2.2배 늘어났다. 전체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의 비중도 7.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교육비 중에서도 사교육비 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는 18조723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3295억원 증가했다. 가구당 112만2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지난 2000년 6조1620억원이었던 사교육비는 8년만에 3배로 늘어났다. 전체 교육비에서 사교육비의 비중은 2000년 35.1%에서 지난해 46.8%로 크게 높아졌다.

사교육비에는 유치원과 초 · 중 · 고 및 대학 등록금 등 공교육비를 제외한 학원비나 과외비 등이 포함되는데 실제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은 이보다 클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학원이 매출을 축소해 신고하는 경향이 있고 개인교습비 등이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립대 등록금이 전년 대비 7.1% 오르는 등 대학 등록금을 비롯한 공교육 지출도 많아졌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우리나라는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 교육비는 가급적 줄이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는 데다 대학 등록금과 학원비가 인상되면서 교육비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교육비 외에 의료보건비와 식료품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의료보건비는 전년 대비 10.5% 늘어나며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1%로 높아졌다. 고령화 현상에다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년 5% 이하의 증가율을 보이던 식료품비도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9.3%나 증가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 밖에 주류 및 담배 4.7%,교통비 7.0%,통신 2.4%,오락 · 문화 5.2%,음식 · 숙박 5.7%,의류 · 신발이 0.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