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9 · 고려대)가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꿈의 점수인 200점을 돌파하면서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김연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59점을 얻어 전날 치른 쇼트프로그램 (76.12점) 점수를 합쳐 총점 207.71점으로 우승했다. 세계랭킹(4652점)도 단숨에 2단계 뛰어 1위에 올랐다.

이로써 김연아는 종전 2008~2009시즌 총상금 6만9000달러(약 9500만원)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상금 4만5000달러(약 6000만원)를 더해 11만4000달러(1억5500만원)로 올 시즌 상금 1위를 차지했다.

2006~2007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명실상부한 '피겨 퀸'으로 거듭났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한껏 높였다.

마지막조 네 번째 연기자로 나선 김연아는 화한 금빛 장식이 박힌 붉은색 드레스를 차려입고 배경음악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에 맞춰 4분간 연기를 펼쳤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점)를 완벽하게 뛰어 0.4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히고 활주하는 '이나바우어'에 이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트리플 루프' 대신 선택한 '더블 악셀'도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점)에서도 1.0점의 가산점을 보탠 김연아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도는 '플라잉 싯스핀'을 고난이도인 레벨 4로 마치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까지 완벽하게 뛰면서 200점 돌파 기대감을 높였다.

한쪽 발로 활주하고 다른 발은 머리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는 '스파이럴 시퀀스'까지 레벨 4로 마친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를 뛰려고 했지만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로 대체했다. 마지막 과제인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점프'를 실행했지만 필수 과제인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을 빼먹은 결과가 되면서 210점대 진입을 눈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도 김연아의 우승을 막지는 못했다. 반면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고,'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두 번째 점프가 난조를 보이면서 총점 188.09점으로 4위에 그쳤다.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던 조애니 로셰트(캐나다 · 191.29점)와 안도 미키(일본 · 190.38점)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시상식 연단에 오른 김연아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리는 순간 코끝이 발갛게 물들면서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김연아는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나곤 해서 그동안 꾹 참았지만 오늘은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라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