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맞은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경영자를 교체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릭 왜고너 GM회장은 사령탑을 맡은 지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왜고너 회장의 사퇴는 자동차업체에 대한 지원방안 발표를 앞두고 오바마 정부가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 최대 자동차회사인 PSA 푸조 시트로앵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푸조 시트로앵은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크리스티앙 스트레이프 CEO를 해임한 데 이어 필리프 바랭을 새 CEO로 선임했다.

푸조 시트로앵은 "자동차 시장의 난항을 극복하기 위해 경영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사장 교체에 나섰다. 혼다자동차는 지난달 이토 다카노부 신임 사장을 선임했고, 도요타자동차도 창업주 일가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새로 뽑았다. 14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로 복귀한 것.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이처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차의 해외 경쟁업체들이 경영변화와 구조조정 등 뼈아픈 변화를 감내하고 있다"면서 "한국업체은 이에 비해 구조조정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동안 한국업체들이 원화 약세 덕분에 강력한 프로모션을 실시해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으나 전세가 바뀌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판매는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자동차업계는 지금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