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인턴이 보는 선배사원‥"내가 사장이라면…당장 자를 정규직 엄청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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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배보고 자신 되돌아봐
유능한 선배.노는 사람 한눈에 보여
사회생활 '팁' 알려주는 선배 고마워
유능한 선배.노는 사람 한눈에 보여
사회생활 '팁' 알려주는 선배 고마워
김 과장과 이 대리는 박 부장과 배 상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같은 시간 김 과장과 이 대리를 안주로 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바로 청년인턴들이다.
최근 청년인턴은 경기 불황의 산물이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인턴을 늘리다보니 벌써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경계인이다. 같은 울타리에서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정식 식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김 과장과 이 대리는 하늘 같은 사회 선배요,부럽기만한 정규직이다. 사회생활을 가르쳐주는 스승이자 언제 호통칠지 모르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 눈에 비친 김 과장과 이 대리는 어떤 모습일까. 각 회사에서 일하는 청년인턴 5명의 눈에 비친 '부럽기만한 정규직'의 모습을 살펴봤다. #1.난상토론 회의는 드라마에나 있더라
무슨 일이든 처음엔 기대가 많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곤 한다. 직장생활에 대한 인턴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지후=인턴생활 3개월은 한마디로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시간이었어.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회의시간이야.옵서버(관찰자)로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팀 회의에 들어 갔거든.두근두근했지.그런데 드라마를 너무 봤나봐.어두운 회의실에서 파워포인트 켜 놓고 서로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줄 알았지.그런데 아니야,옆에서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침묵만 오가더라고.팀장이랑 차장들이 한두 마디 하는데 업무 지시가 전부야.목소리 큰 과장님 한분이 가끔 떠드는데 횡설수설 헛소리만 하더라고.
◆준표=회사에 '방학'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네.어느 날 출근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묘해.한마디로 군기가 빠져 있더라.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선배 한분이 "우리 방학이니까 조금 여유를 갖자"고 하시더라고.뭔 말인가 했더니 팀장이 교육받으러 자리를 비운 거야.팀장이 없으니 분위기는 좋았지만 기분은 영 찝찝하던데.
#2.왕따상사 · 실세상사,우리 눈엔 다 보인다
누가 잘 나가고 못 나가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철부지 인턴들이라고 무시해선 곤란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시각이 더 정확하다.
◆잔디=사회생활 제대로 배운다는 느낌이 들 때는 사내 정치가 무엇인지를 느낄 때야.선배들 보니까 잘 나가는 임원이 시킨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해치우더라고.그런데 끝발이 떨어지는 임원이 시킨 일은 대충대충이야.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랫사람 시키기 일쑤더라고.
◆지후=같은 부서 과장들끼리 점심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그런데 우리 과장은 어째 그 자리에 끼지 못 하는 것 같아.허구한 날 부하 직원들하고 밥 먹더라.왕따당한다는 거 한눈에 알 수 있던데.
◆우빈=실제 업무 능력이야 잘 모르겠지만,우리 같은 인턴에게 대하는 태도만 봐도 일 잘하는지 못하는지 대충 알겠더라.인턴들에게 애정을 갖고 업무를 알려 주려는 선배들은 회사 일도 잘하는 편이야.반면 평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뭘 물어봐도 핏대만 내는 선배들은 십중팔구 사내에서도 뒤처지는 사람들이지.잘 나가는 사람들은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는걸 금방 알 수 있겠더라.
◆이정=우스갯 소리지만 일도 없는데 저녁먹고 가는 선배들이 상당해 깜짝 놀랐어.아이들 챙기기도 힘든데 저녁까지 달라고 하면 부인들이 싫어한다나. 우리 차장님은 '남편은 영식(食)님,일식씨,이식놈,삼식새끼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집에서 식사를 적게 하는 남편이 우대받는다나 뭐라나.
#3.내가 정규직보다 훨씬 잘할 것 같은데
인턴들에게 비친 정규직의 모습은 극대극이다. 놀라운 능력을 갖춘 정규직도 있지만 나보다 못해 보이는 정규직도 많다는 지적이다.
◆준표=우리 회사는 인턴을 혹사시키는 편이야. 정나미가 뚝 떨어질 정도지.입사 첫날부터 밤 늦게까지 일했더니 시키는 일만 점점 많아지더라고.그것도 복사니 정리니 하는 단순업무만 말이야.우리가 무슨 사환인가.
◆우빈=노동 강도로만 따지면 인턴들이 정규직보다 못할 것도 없지.지금 받는 월급은 4대 보험 다 떼고 80만원이야.나보다 3~4배 많은 연봉을 받는 정규직 중 4분의 1은 대충 노는 것 같아.없어도 회사 돌아가는데 하등 문제가 안 되는 사람들 같다는 거지.그런 선배들 보면 나도 얼른 취직해 정규직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아.
◆잔디=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해서 영어에 문제가 없어.그런데 지금 하는 일이 뭔지 알아? 정규직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서 정수기 물 가는 거야.그리곤 외국 사이트 검색과 번역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내가 볼 때 선배들 별 할 일도 없으면서 '바쁘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아.일을 던져놓고 일찍 퇴근하는 선배들도 많고.이럴 때마다 정규직 선배들보다 못할 게 뭐가 있나 싶어.차라리 정규직 10% 잘라내고 인턴 20% 더 뽑는 게 회사 입장에선 엄청 효율적이겠더라.
◆이정=나는 오히려 일을 안 시켜서 스트레스 받고 있거든.사람을 뽑았으면 뭘 시켜야 배울텐데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복사하고 팩스보내고 전화받는 게 전부야.일 좀 시켜 달라고 하니 귀찮아 하는게 역력해서 그냥 앉아서 영어공부만 하고 있어.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난 이러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4.그래도 배울 건 많더라고
잘못된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고 했다. 선배들의 태도와 능력이 어쨌거나 인턴들은 그것을 보고 배운다.
◆지후=그렇지만 어쨌든 배우는 것도 많아.특히 사회생활 하는 방법,틀리기 쉬운 예절 같은 걸 넌지시 알려 주는 선배들 진짜 고맙더라.
◆준표=그렇지.평소 팽팽 노는 것처럼 보이는 선배들도 맘 먹으면 똑부러지게 일을 해내더라고.책임감이란 정말 무섭다는 걸 느끼곤 하는데.그냥 가위바위보해서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우빈=실전으로 배우는 게 아무래도 다르긴 하지.내 직속 선배는 평소 나랑 같이 상사 험담을 하고 불만도 늘어 놓곤 하거든.그런데 막상 회식자리에 가면 분위기를 띄워가며 상사들 비위를 잘 맞추더라고.처음엔 이중인격자처럼 보였는데 '아,이것도 능력이구나' 싶더라고.뭐 사회생활하는 요령이랄까. 이런 저런 모습 보면서 진짜 직장인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이상은/이관우/이정호/정인설 기자 selee@hankyung.com
최근 청년인턴은 경기 불황의 산물이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인턴을 늘리다보니 벌써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경계인이다. 같은 울타리에서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정식 식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김 과장과 이 대리는 하늘 같은 사회 선배요,부럽기만한 정규직이다. 사회생활을 가르쳐주는 스승이자 언제 호통칠지 모르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들 눈에 비친 김 과장과 이 대리는 어떤 모습일까. 각 회사에서 일하는 청년인턴 5명의 눈에 비친 '부럽기만한 정규직'의 모습을 살펴봤다. #1.난상토론 회의는 드라마에나 있더라
무슨 일이든 처음엔 기대가 많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곤 한다. 직장생활에 대한 인턴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지후=인턴생활 3개월은 한마디로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시간이었어.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회의시간이야.옵서버(관찰자)로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팀 회의에 들어 갔거든.두근두근했지.그런데 드라마를 너무 봤나봐.어두운 회의실에서 파워포인트 켜 놓고 서로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줄 알았지.그런데 아니야,옆에서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침묵만 오가더라고.팀장이랑 차장들이 한두 마디 하는데 업무 지시가 전부야.목소리 큰 과장님 한분이 가끔 떠드는데 횡설수설 헛소리만 하더라고.
◆준표=회사에 '방학'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네.어느 날 출근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묘해.한마디로 군기가 빠져 있더라.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선배 한분이 "우리 방학이니까 조금 여유를 갖자"고 하시더라고.뭔 말인가 했더니 팀장이 교육받으러 자리를 비운 거야.팀장이 없으니 분위기는 좋았지만 기분은 영 찝찝하던데.
#2.왕따상사 · 실세상사,우리 눈엔 다 보인다
누가 잘 나가고 못 나가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철부지 인턴들이라고 무시해선 곤란하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시각이 더 정확하다.
◆잔디=사회생활 제대로 배운다는 느낌이 들 때는 사내 정치가 무엇인지를 느낄 때야.선배들 보니까 잘 나가는 임원이 시킨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해치우더라고.그런데 끝발이 떨어지는 임원이 시킨 일은 대충대충이야.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랫사람 시키기 일쑤더라고.
◆지후=같은 부서 과장들끼리 점심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그런데 우리 과장은 어째 그 자리에 끼지 못 하는 것 같아.허구한 날 부하 직원들하고 밥 먹더라.왕따당한다는 거 한눈에 알 수 있던데.
◆우빈=실제 업무 능력이야 잘 모르겠지만,우리 같은 인턴에게 대하는 태도만 봐도 일 잘하는지 못하는지 대충 알겠더라.인턴들에게 애정을 갖고 업무를 알려 주려는 선배들은 회사 일도 잘하는 편이야.반면 평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뭘 물어봐도 핏대만 내는 선배들은 십중팔구 사내에서도 뒤처지는 사람들이지.잘 나가는 사람들은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는걸 금방 알 수 있겠더라.
◆이정=우스갯 소리지만 일도 없는데 저녁먹고 가는 선배들이 상당해 깜짝 놀랐어.아이들 챙기기도 힘든데 저녁까지 달라고 하면 부인들이 싫어한다나. 우리 차장님은 '남편은 영식(食)님,일식씨,이식놈,삼식새끼 중 하나'라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집에서 식사를 적게 하는 남편이 우대받는다나 뭐라나.
#3.내가 정규직보다 훨씬 잘할 것 같은데
인턴들에게 비친 정규직의 모습은 극대극이다. 놀라운 능력을 갖춘 정규직도 있지만 나보다 못해 보이는 정규직도 많다는 지적이다.
◆준표=우리 회사는 인턴을 혹사시키는 편이야. 정나미가 뚝 떨어질 정도지.입사 첫날부터 밤 늦게까지 일했더니 시키는 일만 점점 많아지더라고.그것도 복사니 정리니 하는 단순업무만 말이야.우리가 무슨 사환인가.
◆우빈=노동 강도로만 따지면 인턴들이 정규직보다 못할 것도 없지.지금 받는 월급은 4대 보험 다 떼고 80만원이야.나보다 3~4배 많은 연봉을 받는 정규직 중 4분의 1은 대충 노는 것 같아.없어도 회사 돌아가는데 하등 문제가 안 되는 사람들 같다는 거지.그런 선배들 보면 나도 얼른 취직해 정규직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아.
◆잔디=나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해서 영어에 문제가 없어.그런데 지금 하는 일이 뭔지 알아? 정규직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서 정수기 물 가는 거야.그리곤 외국 사이트 검색과 번역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내가 볼 때 선배들 별 할 일도 없으면서 '바쁘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아.일을 던져놓고 일찍 퇴근하는 선배들도 많고.이럴 때마다 정규직 선배들보다 못할 게 뭐가 있나 싶어.차라리 정규직 10% 잘라내고 인턴 20% 더 뽑는 게 회사 입장에선 엄청 효율적이겠더라.
◆이정=나는 오히려 일을 안 시켜서 스트레스 받고 있거든.사람을 뽑았으면 뭘 시켜야 배울텐데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복사하고 팩스보내고 전화받는 게 전부야.일 좀 시켜 달라고 하니 귀찮아 하는게 역력해서 그냥 앉아서 영어공부만 하고 있어.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난 이러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4.그래도 배울 건 많더라고
잘못된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고 했다. 선배들의 태도와 능력이 어쨌거나 인턴들은 그것을 보고 배운다.
◆지후=그렇지만 어쨌든 배우는 것도 많아.특히 사회생활 하는 방법,틀리기 쉬운 예절 같은 걸 넌지시 알려 주는 선배들 진짜 고맙더라.
◆준표=그렇지.평소 팽팽 노는 것처럼 보이는 선배들도 맘 먹으면 똑부러지게 일을 해내더라고.책임감이란 정말 무섭다는 걸 느끼곤 하는데.그냥 가위바위보해서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우빈=실전으로 배우는 게 아무래도 다르긴 하지.내 직속 선배는 평소 나랑 같이 상사 험담을 하고 불만도 늘어 놓곤 하거든.그런데 막상 회식자리에 가면 분위기를 띄워가며 상사들 비위를 잘 맞추더라고.처음엔 이중인격자처럼 보였는데 '아,이것도 능력이구나' 싶더라고.뭐 사회생활하는 요령이랄까. 이런 저런 모습 보면서 진짜 직장인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이상은/이관우/이정호/정인설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