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42.5원 폭등, 코스피 1200 붕괴

미국 정부가 30일(한국시간) GM과 크라이슬러가 요구한 즉각적 추가 금융지원을 거부하면서 국내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자동차 산업 부실로 또다시 국제금융 불안이 촉발된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와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들어온 미국 자동차 악재가 불안심리를 자극, 조정폭이 예상보다 커졌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백악관 관리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핵심 보좌진들이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구조조정 계획서를 검토한 뒤 이들이 수십억달러의 추가 금융지원을 받기에는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GM에게 향후 60일간에 걸쳐 충분한 구조조정 지원을 할 방침을 세웠지만, 크라이슬러에 대해선 30일 내에 피아트와의 제휴협상을 매듭짓지 않을 경우 추가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이 성공적인 미국 자동차산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 자동차산업은 현실적으로 이번 폭풍과 위기로부터 견뎌낼 수 있어야 하며 지금보다 훨씬 의미있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구조조정안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GM에 대해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기대에 못미칠 경우 파산처리를 압박하고, 특히 덩치가 작은 크라이슬러는 차제에 아예 파산처리할 가능성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자동차기업들의 파산 가능성이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또다시 금융불안 장세가 초래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역외시장에서의 환율 상승 소식에 개장과 동시에 11원이 상승한 136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GM, 크라이슬러 파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폭등세를 보여 결국 42.5원, 3.15% 폭등하며 1391.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역시 환율 폭등 소식에다가 외국인마저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40.05p(3.24%) 급락한 1197.46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12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역시 9.23p(2.19%) 하락한 412.01로 거래를 마쳤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 역시 390.89p(4.53%) 급락한 8,236.08, 토픽스지수는 34.99p(4.24%) 떨어진 789.54로 장을 마치는 등 아시아 증시도 미국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오바마의 자동차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 실업 및 금융부실 급증 등 상당기간 진통을 겪고 이 과정에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차피 한 번 맞아야 할 매를 맞아야 하는 국면이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은 "시장 내 수급과 환율 관련 뉴스 모두 '상승친화'로 나왔고, 글로벌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면서 "이 같은 상승 재료들이 반발 매수세에 힘을 실어줘 환율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최근 환율이 급락해 조정이 한 번쯤 왔어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기술적 반등 치고는 상승폭이 컸지만, 상승 추세 전환으로 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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