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의 봄비와 꽃샘추위에도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4월이 오면 여의도에도 만개한 벚꽃이 볼만하지만 나들이 나온 아이들의 환한 웃음꽃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찾는 즐거움이 있어 더 좋다. 갑자기 몰아닥친 경제 한파로 아직 우리 몸과 마음은 움츠러 있지만 봄날이 오고 희망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기대를 막연하게나마 해본다.

지난해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일이 있다. 가격상승 폭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납품 중단을 선언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는 원자재 값이 갑자기 폭등했는 데도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는다며 납품 중단 이유를 설명했고,일부 업종의 중소기업인들은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는 몇 차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가 시위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 매출이 줄자 입점 중소기업의 수수료를 올려 이익을 보전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기업도 나름대로 애로가 있긴 하지만,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에 중소기업들은 약자의 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을 내놓아 그나마 경영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했는데,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지점 대출 실적을 높이기 위한 '월말 3일 대출'이란 기발하고 해괴망측한 아이디어로 중소기업을 두 번 울리는 등 일부 은행의 부도덕한 관행으로 중소기업들의 사기가 매우 침체돼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반가운 봄기운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음을 느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지원하는 대기업과 납품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협약이 생색내기용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자리를 잡아가면서 협력 중소기업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생보증 프로그램 및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있으며,결제조건 개선과 기술교육 훈련 지원 등 상생협력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99 · 88(우리나라 전체 사업자 중 99%가 중소기업,전체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에 근무)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사회적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중소기업도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갖춰 왔지만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살아남는 자,즉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냉철한 판단과 각오로 기업경영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진리를 실천하기 위한 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