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내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이 추진됨에 따라 수도권 재건축 조합들이 해당 단지 내 일반분양분 공급시기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아파트 공사를 80%가량 진행한 뒤 공급하는 후분양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분양이 늦어질수록 단기간에 분양대금을 마련해야 해 수요자들의 목돈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신현주공,강동구 고덕주공1단지,안양시 내손주공 등 수도권 후분양 재건축 단지의 조합들은 '임대주택 폐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며 도정법 개정 이후로 일반분양 시기를 늦추려 하고 있다. 개정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면 아직 분양승인을 받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들의 100% 동의만 얻으면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아도 된다.

이달 말 분양 예정이던 인천 신현주공 재건축 단지는 전체 3331가구 중 임대 아파트가 365가구,일반분양분은 1116가구다. 조합은 임대아파트를 전량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조합 부담금이 3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4월 말 분양 예정이던 강동구 고덕주공1단지 재건축(임대 255가구)도 똑같은 문제로 분양이 늦어질 전망이다. 이 아파트 입주는 오는 6월 말로 잡혀 있어 입주 시점에 일반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안양시 내손주공을 재건축한 포일 자이,광명 하안 주공1단지,철산 주공2단지,안양시 석수 주공 등도 일반분양 연기 문제에 휩싸일 전망이다.

신현 주공을 재건축하는 대림산업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서 분양대금이 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이에 따른 금융비용이 임대아파트 분양전환에 따른 이익을 상쇄할 것"이라며 "조합 측에 예정대로 분양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건축 후분양 아파트를 청약하려던 수요자들만 이래저래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지적한다. 분양이 늦어질수록 입주시기가 빨리 다가와 분양자금 마련을 위한 여유기간이 짧아진다.

한편 공사가 진행 중인 이들 재건축 단지와 달리 사업추진 초기단계의 단지들에선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재건축 후분양 규제가 철폐된 데다 지난달 6일 도정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시공사 선정시기가 사업 막바지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 석관1구역,중랑구 묵1구역과 면목1구역,광진구 구의1구역 등에선 재건축 조합은 설립됐지만,사업시행 인가는 아직 받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 법령 개정 내용이 알려지면서 묵1구역과 면목1구역은 지난달,석관1구역은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이들 조합은 다음 달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사들도 2~3년 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분양시장도 양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시공사들은 조합원들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잔금 납부 때 한꺼번에 내도록 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 조건을 내세워 조합을 설득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착공 이전에 조합원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이주비'를 경쟁업체보다 5000만원 이상 더 주겠다는 조건을 거는 등 업체 간 수주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