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최근 중국이 제기한 기축통화 교체 문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베니타 페레로 발트너 유럽연합(EU) 대외관계위원은 30일 "중국이 제기하고 있는 기축통화 교체 등 금융시스템 개혁 문제는 이번 G20 회의에서 다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발트너 대외관계위원은 베이징에서 리커창 부총리,양제츠 외교부장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만 현재 논점은 어떻게 세계경제를 살릴 것이냐 하는 것"이라며 "G20에 참여한 대부분 나라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측에 대해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최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이 나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달러 대신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도 이날 G20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G20에서 기축통화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글로벌 경제회생 △금융시스템 개혁 △반보호무역주의 조치 등이라고 설명했다. 푸잉 영국 주재 중국대사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저우 행장의 발언을 개인적인 소견으로 치부하며 "중국은 이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G20 정상회의가 임박해오면서 회의의 초점은 추가 경기부양에서 보호주의 반대와 글로벌 금융규제 공조로 급선회했다.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재정을 경기부양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미국과 이에 동조해온 영국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들의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각각 유럽국가들의 반대를 "이유있다"고 인정하면서 금융규제 공조 강화로 초점을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각국 지도자들이 경제를 위해 강력한 단결 메시지를 전달할 때"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추가 경기부양 방안을 조정하고 새로운 규제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FT가 입수해 공개한 24개 항의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도 추가 경기부양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박성완/김동욱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