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30일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대구 의료 · 관광 특화 전략 대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경주 재선거 공천을 받은 정 전 의원은 급히 박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았다. 대선 후보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정수성 무소속 후보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정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방문이 정수성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정 전 의원과 짧게 조우했지만 잠시 악수만 나눈 채 침묵을 지켰다.

정 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표가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면서 "당의 어른이니 당연히 지지해주시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아 정 전 의원과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주에선 친이-친박계의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박 전 대표는 극도로 말을 아낀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사무부총장 시절 친박계로부터 18대 총선 '공천파동'의 주역으로 지목받은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경주 외에도 전주 덕진에 전희재 전 전북 행정부지사,전주 완산갑에 태기표 전 전북 정무부지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재선거 공천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정 전 장관 공천에 대한 찬반이 내분으로까지 격화하는 모습이었다.

이종걸 강창일 최규식 등 민주당 비주류 의원 15명은 "정 전 장관이 일방적 출마선언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당은 공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내세웠다. 장세환 의원은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하면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도 무소속 출마를 할 것이고 이 경우 전주 두 곳을 모두 잃을 수 있다"며 당 분란 해소 차원에서 정 전 장관의 공천을 찬성했다. 반면 주류인 강기정 당대표 비서실장은 "정 전 장관이 잘못했으나 공천은 줘야 한다는 그런 애매한 결론이 어디 있느냐"며 "당의 분란을 만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유미/민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