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펀드 시장에도 봄기운이 일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후회하며 자금을 빼던 투자자들이 속속 펀드로 돌아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27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조472억원이 순유입됐다. 1월과 2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각각 8643억원,7153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간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가 올 1분기 6분기 만에 손실을 접고 10%가 넘는 수익을 낸 데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서며 그동안 움츠렸던 펀드 시장을 더욱 활기차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10월부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채권 시장에 자금을 넣으면서 채권형 펀드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것도 펀드 시장에 봄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펀드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바닥 국면은 탈출한 것으로 보고 그동안 끊었던 적립식 펀드에 다시 납입하는 방안도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또 해외 펀드의 경우 1년간 70% 가까운 손실을 낸 러시아 펀드도 최근 전체 주식형 펀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자 일부에서는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주가 반등에 정통 주식형 펀드 관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3월27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10.54%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같은 기간 0.92%의 수익률로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0.80%)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채권형 펀드의 부진은 작년 말 채권 금리가 낮아지며(채권 가격은 상승)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높아졌지만,올 들어서는 이미 금리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여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이 때문에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이 증권사 자산전략파트 조병준 연구원은 "이미 국내 기준금리가 많이 낮아져 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높은 'BBB 등급' 채권은 위험하기 때문에 펀드에서 편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정통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다. 삼성증권은 "원 · 달러 환율의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 이익의 하향폭이 축소되고 있어 국내 증시의 박스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증시 상승의 효과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정통(성장)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준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연구위원도 "투자심리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 국면이 확인되면 가치형 펀드에서 정통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며 성장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2분기에는 코스피지수가 1100~145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보다 높아진 박스권으로 유동성 랠리가 펼쳐진다면 1600선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지수가 1100선으로 밀릴 경우 펀드에 가입하거나 추가 납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펀드는 중국 · 브라질 펀드 주목

해외 펀드에서는 올 들어 브릭스(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브라질 펀드는 올 들어 3월27일까지 16.16%의 수익을 내며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 펀드도 13.45%의 수익률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중국 펀드도 5.68%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3개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은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70%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반면 유럽지역(동유럽 제외) 투자펀드는 -10.01%의 수익률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북미지역 펀드는 올 들어서도 6.16%의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일본 펀드도 올해 7.52% 손실을 입는 등 선진국 펀드들이 고전하는 양상이다.

삼성 대신 굿모닝 동양종금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자산관리컨설팅 담당자들은 이런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지역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경기 회복에도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적고 천연자원을 많이 보유한 중국 브라질 등 신흥지역 펀드의 비중을 높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