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배우자와 평생을 같이해도 부족할진대 주말에만 만나야 하는 주말 부부의 불편함과 적막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불 꺼진 아파트에 들어가기 싫어 근처 노래방에 가서 홀로 울부짖다시피 노래를 불렀다는 누군가처럼 빈 아파트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일은 여전히 낯설다. 집안에서의 역할을 고려하면 특히 아내,엄마의 빈 자리는 더욱 클 것이다. 지금은 중학생이 돼 훌쩍 커 버렸지만,아이가 어릴 때는 거리를 지나는 초등학생만 봐도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또 남편이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양복에 어울리지 않는 셔츠나 넥타이를 매고 출근한 것은 아닌지,아내의 빈 자리를 술잔으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늘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주말 부부라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에 전념할 수 있다. 일찍 귀가하는 날이면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등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또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시처럼 늘 그립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상처 주는 말을 자제한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주말 부부의 경우에는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의 경우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주말에는 서로 개인적인 약속을 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함께 지내는 편이다. 토요 휴무제로 이틀이나 되는 휴일이지만 우리에게 그 이틀의 시간은 언제나 짧고 안타깝기만 하다.
단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이렇게 고달프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가족의 직장이나 학교가 외국에 있어 1년에 몇 번 만나기 어려운 기러기 아빠나 연말 부부에 비하면 넘치게 행복하지 않은가. 모든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주말 부부의 척박한 삶이 아닌 주중 처녀(?)의 활기 찬 삶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주말의 신혼여행(?)을 기대하면서 씩씩하게 또 한 주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