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의 향나무가 '봄맞이 목욕'을 하고 있다. 키가 18m에 달하고 수령이 871년인 이 향나무는 이 동네에 한번쯤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는 서초동의 명물이다. 자태가 우아하고 기품 있는데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향나무라 사람들의 대접도 남다르다. 봄이 오면 겨우내 묵은 때 닦아주고 때때로 영양제 주사도 놓아준다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을 거쳐 오늘날까지 온갖 풍상을 겪으며 서초동을 지켜온 향나무. 법원과 검찰청이 이사 온 뒤 바람 잘 날 없는 서초동을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 향나무의 마음이 궁금하다.

저 시원한 물줄기로 불법과 부정의 얼룩으로 물들어가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먼저 씻어내길 바라고 있진 않을까.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