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고너 다음은 누구?…美 CEO '퇴출 스트레스'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에 사실상 쫓겨나면서 미 기업 CEO들이 덜덜 떨고 있다.

특히 은행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한창 진행 중인 월가 금융권에선 누가 왜고너 다음으로 짐을 싸게 될지를 놓고 벌써부터 몇몇 CEO들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미 최대 보험사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긴급 지원하면서 당시 CEO였던 로버트 윌럼스태드를 퇴진시킨 전례가 있어 은행권 CEO의 줄사퇴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미 CNBC방송은 30일 왜고너의 다음 차례로 물러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를 꼽았다.

BOA가 파산 직전까지 몰린 메릴린치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더 깊은 부실의 늪에 빠져버리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주주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측 역시 8년간 BOA CEO로 재직해온 루이스를 그냥 둬선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BOA는 지난해 4분기 17억9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며 1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해 9월 33달러대였던 주가도 최근 6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이에 대해 BOA 측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BOA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자동차산업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BOA는 1991년 이후 단 한 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흑자를 냈으며 지난해 전체로는 40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루이스는 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금융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직후 방송에 출연해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450억달러 가운데 250억달러를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갚겠다"고 밝힌 바 있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CEO도 사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임명된 지 1년밖에 안 된 데다 사실상 전임 CEO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CNBC는 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동남부 지역 최대 지방은행으로 정부로부터 35억달러를 지원받은 리전스파이낸셜의 CEO 다우드 리터 회장도 사임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올려놨다.

일부 CEO들은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 대상 회사에 대한 경영 간섭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며 CEO 사퇴 압박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전력회사 듀크에너지의 제임스 로저스 CEO는 구제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한계선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며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프랑스 정부가 국영기업을 운영하고 통제하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며 "내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의 CEO라면 당장 정부로부터 받은 돈을 도로 내놓을 방도를 찾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