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성격의 한국인은 프랑스인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두 나라 모두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것 같아요. "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의 투자진흥청(IFA) 본부에서 만난 다비드 아피아 투자진흥청장(53 · 사진)은 "한국인과 프랑스인은 기질이 비슷해 사업 파트너로 궁합이 잘 맞는다"면서 "삼성 휴대폰이나 LG 슬림형TV가 최근 프랑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런 문화적 배경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매년 각국에서 9000만명 이상이 파리를 방문할 정도로 프랑스가 관광대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원자력과 핵융합 기술 등 에너지,항공 · 우주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도 프랑스는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와인과 명품 등 소비재만 강한 국가로 프랑스가 인식되길 원치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피아 청장은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엘리트 관료로,주미 프랑스대사관 경제참사관 등을 지낸 경제통.2001년 설립된 프랑스 투자진흥청은 국내외 22개 지사를 두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아시아에는 서울,베이징,도쿄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 타개를 위해 '그린(녹색)뉴딜'을 새 성장축으로 삼아 환경산업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 아피아 청장은 프랑스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해 최고 50%의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2만2000개,고용 인원은 280만명에 달한다. 외국인 하이테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도 펴고 있다. 프랑스 내 한국 기업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매년 비자를 갱신해야 했던 한국인 주재원의 경우 최근 비자를 연장할 때 3년짜리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망을 묻자 아피아 청장은 "이번 경제위기는 미국 경제의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한 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미국에 비해 금융 시스템이 안정돼 있고 내수 기반도 탄탄해 경제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것이며,세계경제가 정상화되면 EU(유럽연합)의 영향력은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초 취임한 아피아 청장은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만큼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한 뒤 "올 하반기 중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리 및 기업인들과 만나 교류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