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역사의 제너럴모터스(GM)와 84년의 크라이슬러 운명을 결정하는 데는 4일이면 충분했다. 결정권자는 백악관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최후통첩을 공식 발표하기 나흘 전인 지난달 26일 백악관 웨스트윙 루스벨트룸.오바마 대통령,스티븐 래트너 자동차 태스크포스(TF) 팀장,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최우선 결정 사안으로 릭 왜고너 GM 회장의 퇴진 여부가 상정됐다. 자동차TF는 GM의 회장 교체를 원했다. 왜고너는 GM 내에서도 지지를 못 받고 있는 데다 "오바마 정부에선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을 앉히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회의 직후 래트너 팀장은 재무부로 왜고너 회장과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불러들였다. 왜고너에게는 사퇴를,헨더슨에게는 GM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 GM 안건은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났으나 크라이슬러 처리 문제가 골치 아팠다. 생존 능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4만명의 크라이슬러 종업원들이 단숨에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고심 끝에 이탈리아 피아트와의 인수 · 합병 딜에 마지막 기대를 걸기로 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경우 자동차를 미국 내에서 만든다는 분명한 조건을 달기로 했다.

다음 날인 27일 GM 관계자들과 미시간주 연방의원들이 전화를 돌려댔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시간 주지사는 오바마에게 전화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충격파와 고통을 감안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최후통첩 하루 전인 29일 미시간주 연방의원들과 통화하면서 디트로이트 회사에 정부 인사들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서머스는 구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정부는 피아트가 미국 내에서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인터넷판에서 '디트로이트의 운명은 웨스트윙에서 정해졌다'는 기사를 통해 미국 자동차산업의 개조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