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동찬 명예회장 "老경영인의 진솔한 귀거래사 화폭에 담았죠"
미술로 감성경영을 펼친 대표적 최고경영자인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88 · 사진)이 미수(米壽)를 맞아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기념전시회를 연다. 이 명예회장은 1일로 88세 생일을 맞았다. 이번 전시회는 1991년 고희전,2001년 팔순전에 이어 세 번째 개인전이다.

'우정(牛汀 · 이 명예회장의 호),자연에서 숨은 그림을 찾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회에는 직접 그린 작품 88점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가족이 그린 12점을 보태 모두 100점이 걸린다. 소나무,해,바다,산 등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계절감을 감칠맛 나게 묘사해 과거 작품들보다 한층 더 깊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지의 노래'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푸른 소나무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자연 풍경을 유화적으로 재현해 추상적인 표현이 강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코오롱그룹 측은"정상에 올랐던 경영인이 자연인으로 돌아가 진솔한'귀거래사(歸去來辭)'를 화폭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명예회장은 1996년 이웅열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림 그리기,등산,골프 등 취미생활과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림은 30여년 전부터 취미로 그려왔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차례 무교동 사옥에 들러 작품활동을 한다. 1991년 칠순 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모아 서울 프레스센터 전시실에서 처음 전시회를 열어 '화가 이동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당시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칙천거사(則天去私)'란 말을 인용하면서 "하늘의 뜻에 따르고 아집을 버린 채 세상을 살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초 그 약속을 기억하고 "지금 하늘의 뜻대로 잘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번 전시회를 열었다는 후문이다.

2002 한 · 일월드컵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이 명예회장은 자신이 직접 그린 월드컵기념 유화 작품을 지인들에게 보내 주목을 받았다. 또 2001년 4월1일 80회 생일을 기념,자신의 작품 중 100여점을 골라 도록 형식의 화첩을 발간하기도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